[女談餘談] 고가와 천박함에 푹빠진 세태/최여경 문화부 기자

[女談餘談] 고가와 천박함에 푹빠진 세태/최여경 문화부 기자

입력 2006-08-19 00:00
수정 2006-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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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새 사람들의 머릿속에 ‘비싼 게 최고’라는 인식이 더욱 확고해진 듯하다. 수십만원짜리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몇백만원짜리 수입 가방을 사겠다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이런 세태에 하나의 경종이 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정체불명의 제품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품으로 둔갑하고 유서깊은 브랜드로 거듭나면서 사람들의 지갑에서 돈을 쏙쏙 빼간 일이 드러난 것이다. 정말 못 믿을 세상이다.

요즘 패션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농담이 오간다.“해외잡지에 몇달 광고 내고 그걸 내세워 1000만원쯤 붙여 팔면 불티날 걸. 물 건너 오고, 비쌀수록 뭔가 있다고 생각하잖아.” 씁쓸한 얘기지만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오히려 핵심을 찌른 ‘사업구상’이다.

한 지인은 외국에 사는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단다.“한국에서는 외국사람이 낸 음식점은 아무리 비싸도 잘 된다고 소문났어. 정말 그래?”

우리에게 언제부터 무엇을 먹고, 입고, 쓰고, 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지위와 인격을 판단하는 ‘천박한’ 풍조가 생겨났을까. 어떤 이는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물신숭배에 빠진 경조부박(輕浮薄)한 세상을 탓한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황당한 싸움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인도에 세워진 화려한 외제차 옆에서 고성이 오갔다. 행인이 “왜 차를 이곳에 세워놓느냐.”고 따지자 차 주인은 “내 차를 내맘대로 두겠다는데 무슨 잔말이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겼다. 그 뒤로 사람들이 쑥덕거렸다.“차가 아깝다.” 값나가는 자동차를 타고도 손가락질 당하는 그 남성처럼, 겉에 두른 것들이 사람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드리 헵번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은 그의 배우로서 화려한 명성이나 청순한 외모 때문만이 아니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 불우한 어린이들에 대한 헌신 같은 내면의 가치,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다.

최여경 문화부 기자 kid@seoul.co.kr
2006-08-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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