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단돈 50원에 담긴 행복/손희송 신부·가톨릭대 교수

[토요일 아침에] 단돈 50원에 담긴 행복/손희송 신부·가톨릭대 교수

입력 2006-07-29 00:00
수정 2006-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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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시청한 토크쇼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에 큰 인기를 누리던 작가가 출연해서 중년의 어느 부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토크쇼였다.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그 부부는 1960년대 초에 연애결혼을 하였는데, 두 사람은 양쪽 집안이 무척이나 가난했기에 한푼이라도 더 아껴서 결혼 자금에 보태려고 애를 쓰면서 연애 시절을 보냈다. 데이트할 때 남들 다 가는 다방에도 가지 않았다. 그들은 돈이 안 드는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주로 고궁 돌담길이나 한적한 길가를 거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들이 누리는 유일한 금전적 호사는 가끔씩 그 당시에 가장 싼 100원짜리 아이스 바를 하나 사서 서로 나누어 먹는 것이 전부였다.

마침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빠듯한 살림살이였지만 그래도 낭만 한 자락은 살아있었다. 남편은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가끔씩 100원짜리 아이스 바를 사와서 부인과 나누어 먹으면서 연애시절의 분위기를 되살리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평소처럼 100원짜리가 아니라 150원짜리 아이스 바를 사왔다. 부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물었다.“오늘은 어쩐 일로 150원짜리를 사 왔어요?” 남편은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이 바보야,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이 말을 듣고 부인은 많이 행복했다고 한다. 남편의 작은 관심이 힘들게 사느라 결혼기념일조차 잊었던 부인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는 “사람은 이렇게 단돈 50원에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아주 작고 평범한 것이라도 거기에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면 작지 않은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되면서 비싸고 화려한 것만을 좋아하게 되고, 그러면서 작은 것에 마음을 담아 행복을 주고받던 삶의 방식은 급속히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던 시절에 우리는 그렇게 살았다. 그 시절에는 떡 몇 조각, 부침개 몇 개를 담아서 이웃집에 가져다 주더라도 아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서 맛있게 먹었다. 물질적 풍요와 행복의 지수는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수십년간 애써 일구어온 경제적 성장을 폄하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작은 것에 정성을 담아 주고받는 삶의 태도를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일 뿐이다. 그런 삶을 다시 찾는다면 적게 갖고도 행복하고 감사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게 갖고도 행복한 삶, 그래서 ‘이 정도면 됐다.’면서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 삶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서로 더 많이 가지려고 으르렁대다가는 싸움이 그칠 날이 없고 결국에는 파국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스위스의 사회윤리학자 아르투어 리히의 말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가 있다.“우리는 ‘항상 더 많이’의 경제에서 ‘이제 충분하다’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이제 충분하다’의 경제로 돌아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을 제어해야 하는 극도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데에 마음을 담아 큰 행복을 주는 삶의 방식을 다시 배우게 된다면 탐욕을 다스릴 수 있는 길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일찍이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마태복음 5장 3절)고 말씀하셨다. 마음에 가득 찬 탐욕을 버릴 때 비로소 행복의 길이 열린다는 뜻의 말씀이다. 작은 것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큰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탐욕으로 무거워진 마음의 무게를 줄여나갔으면 좋겠다. 몸무게를 줄이면 육체적인 건강과 아름다움을 얻지만, 마음의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은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하고 인류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덧셈보다는 뺄셈을 잘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손희송 신부·가톨릭대 교수
2006-07-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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