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16강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한국 대표팀의 훈련 모습이 외국기자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레버쿠젠 울리히 하버란트 구장에서 가진 공개 훈련에서 선수들이 훈련시간 대부분을 족구로 때우며 웃고 떠들자, 그들은 “한국 선수들이 하는 운동이 대체 뭐냐?”라며 의아해했다는 것이다. 이날은 스위스와의 대전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프랑스전을 사흘 남긴 지난 16일에도 태극전사들은 족구로 시간을 보냈다. 경기 후 회복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는 전단계로서 족구의 효능이 발휘되는 것이다.
아드보카트 호가 족구를 훈련 과정에 넣은 이유는 간단하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긴장이 풀리는 데다 볼 감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헤딩 슛은 물론 가위차기 등 고난도 킥 연습을 하게 되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족구에는 토스맨이 네트 앞에서 살짝 키를 넘기는 ‘토스 슛’이란 기술이 있는데, 박지성 선수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넣은 동점골이 이를 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족구는 1966년 이 땅에 처음 등장했다. 공군 전투비행사들이 비상대기 중에 조종복을 입고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고안했다. 순수 국산품인 것이다. 초기에는 족구 말고도 ‘족배구’‘족탁구’‘발공차기’라는 이름을 같이 썼다. 이후 군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됐으며 1970년대에 이미 전국 곳곳에서 누구나가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족구가 쉽게 인기를 모은 비결은 민중성에 있다고 하겠다. 공 하나만 있으면 어느곳에서나 간단하게 판을 차렸다. 사람 수를 헤아려 맨땅에 주전자 물로 선을 그으면 그대로 경기장이 됐고, 네트가 없으면 나뭇가지 두개를 꽂고 줄로 연결하면 그만이었다. 그마저도 없으면 주변에서 돌 몇개 주워다가 쌓아놓아도 좋았다. 그래서 족구는 군 연병장에서, 철공소의 작은 뒤뜰에서, 마을 앞 공터에서 얼마든지 진행되었다.
1970년대 이래 이땅의 민초들에게 운동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건강을 담보해 주던 족구가 이번 월드컵에서까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족구를 창안한 이들에게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레버쿠젠 울리히 하버란트 구장에서 가진 공개 훈련에서 선수들이 훈련시간 대부분을 족구로 때우며 웃고 떠들자, 그들은 “한국 선수들이 하는 운동이 대체 뭐냐?”라며 의아해했다는 것이다. 이날은 스위스와의 대전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프랑스전을 사흘 남긴 지난 16일에도 태극전사들은 족구로 시간을 보냈다. 경기 후 회복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는 전단계로서 족구의 효능이 발휘되는 것이다.
아드보카트 호가 족구를 훈련 과정에 넣은 이유는 간단하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긴장이 풀리는 데다 볼 감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헤딩 슛은 물론 가위차기 등 고난도 킥 연습을 하게 되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족구에는 토스맨이 네트 앞에서 살짝 키를 넘기는 ‘토스 슛’이란 기술이 있는데, 박지성 선수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넣은 동점골이 이를 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족구는 1966년 이 땅에 처음 등장했다. 공군 전투비행사들이 비상대기 중에 조종복을 입고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고안했다. 순수 국산품인 것이다. 초기에는 족구 말고도 ‘족배구’‘족탁구’‘발공차기’라는 이름을 같이 썼다. 이후 군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됐으며 1970년대에 이미 전국 곳곳에서 누구나가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족구가 쉽게 인기를 모은 비결은 민중성에 있다고 하겠다. 공 하나만 있으면 어느곳에서나 간단하게 판을 차렸다. 사람 수를 헤아려 맨땅에 주전자 물로 선을 그으면 그대로 경기장이 됐고, 네트가 없으면 나뭇가지 두개를 꽂고 줄로 연결하면 그만이었다. 그마저도 없으면 주변에서 돌 몇개 주워다가 쌓아놓아도 좋았다. 그래서 족구는 군 연병장에서, 철공소의 작은 뒤뜰에서, 마을 앞 공터에서 얼마든지 진행되었다.
1970년대 이래 이땅의 민초들에게 운동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건강을 담보해 주던 족구가 이번 월드컵에서까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족구를 창안한 이들에게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6-06-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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