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려되는 일당지배의 지방자치/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시론] 우려되는 일당지배의 지방자치/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입력 2006-06-07 00:00
수정 2006-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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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우리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동시에 뽑았다. 같은 날 지역 대표를 의회와 단체장이라는 이원제(二元制)로 뽑는 것은 단체장에게는 ‘저금통장’을 맡기고 ‘도장’은 의회에 맡겨 견제와 균형을 통해 생산적 지역경영을 도모하려한 것이다. 지방의회와 단체장은 기본적으로 ‘동반자 관계’이지만, 목표 달성 방법에서는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게 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 선거결과 이러한 제도의 취지가 실현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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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예컨대 한나라당 출신의 단체장이 당선된 7개 광역시의 지역구에서 열린우리당은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반면 한나라당 출신은 전체 241석 가운데 223명이나 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일당지배 양상이 많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단체장과 의회간의 기관 대립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일당지배 하에서는 제도 본연의 취지가 기능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물론 단체장이 속한 정당이 의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때에도 단체장과 의회 간에 갈등은 상존한다. 그러나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은 정책을 쟁점으로 한 견제와 균형이 아닌 위상과 자질구레한 권한을 둘러싼 인적 대립으로 점철되었다. 지방의회가 ‘메뉴’를 결정하고 단체장이 책임지고 ‘요리’하게 하는 제도 하에서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메뉴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싸고도 맛있는 요리를 하는지 감시하고 개선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당 지배체제 하에서의 긴장관계는 요리사가 어떤 조리도구를 선택할까 등의 세세한 일을 둘러싸고 빚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지방의원들의 양식이 높다면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장은 의회와 별개의 존재로서 주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고, 지방의원은 당파를 불문하고 단체장에 대하여 비판과 감시를 행하고 수정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이원적대표제의 근본 취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지방의회의원들에게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려 주도록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정책과 공약으로 선택되기보다는 정당의 색깔로 당선된 의원들은 정당에 줄을 서서 충성하려는 성향을 갖기가 쉽다.

따라서 일당지배체제 하에서 지방정치가 ‘블랙박스’에 빠질 경우 주민들의 직접참여와 언론의 비판기능만이 탈출구이다. 그렇지만 지난 선거는 주민들에게 감시와 비판기능도 기대하기 어렵게 했다. 기초의회의 의원후보까지 정당이 공천하고 한 선거구에서 그들 중 2명을 뽑도록 한 제도 하에서 주민들의 선택이란 결국 국회의원이 점지한 후보 중에서 한사람을 고르는 것에 불과했다. 특히 지역의 정책이 아닌 중앙정치를 보는 시각으로 투표에 임한 결과 주민들은 단체장과 의원을 평가하고 감시할 잣대로서의 ‘정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활발한 감시 및 비판기능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보완적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 개선이다. 국회의원들만의 잔치가 된 지방선거를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개선을 해야 한다. 첫째 기초단체차원에서만이라도 정당참여를 배제해야 한다. 둘째 기초선거와 광역선거를 2주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시행하여 소위 ‘일자투표’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 셋째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한 선거구당 4인을 뽑는 방식으로 선거구를 개편해야 한다. 넷째 연구하고 봉사하는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선거를 국정선거와 연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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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2006-06-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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