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세월/송한수기자

[길섶에서] 세월/송한수기자

송한수 기자
입력 2006-04-20 00:00
수정 200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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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흔일곱 총각이 일을 냈다. 머리를 깎은 게 작은 소동을 빚었다.

“다들 새 신랑으로 보인다더라.”며 아이같이 웃는 그가 덧붙인 말이 꽤 걸작이다. 난생 처음 미장원에서 머리를 만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발소와는 참 다르더군.”이라며 전향할(?) 뜻을 굳혔다고 한다. 히죽히죽 웃으며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덧댔다.

“아 글쎄, 이발소 가면 다짜고짜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부터 가리고 시작하잖아. 근데 미장원에서는 중간중간 아가씨가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드느냐는 둥 이런저런 말을 건네더라고….”

옆 사람은 미장원이 뭐냐고 고개를 추켜세웠다. 미용실이라며…. 노총각이 일을 냈다는 것은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해서다.

진짜 이발소 못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가뜩이나 이발소엔 이발이 없달 정도로 다른 모습을 떠올리는 게 요즘 이발소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보장한다는 예의 총각이 미장원으로 옮겨버렸으니, 죽어가는 몸뚱이에 돌을 얹어놓은 격 아닌가.

미장원 아니라 미용실도 ‘헤어숍’이라는 등등의 새 이름에 밀려 옛 말이 됐거니.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6-04-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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