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인간, 정치, 침팬지, 그리고 성/김욱 배재대 교수

[열린세상] 인간, 정치, 침팬지, 그리고 성/김욱 배재대 교수

입력 2006-04-10 00:00
수정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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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말이지만, 이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정치라는 용어 자체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란 갈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동시에 정치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이 어울려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갈등에 직면하여 우리는 정치적으로 행동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인간만이 정치적 동물인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다른 동물들도 정치적인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침팬지 사회를 연구한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침팬지도 (넓은 의미에서) 정치를 한다고 한다.

우리 인간처럼 대통령, 의원, 정당, 이익집단, 선거 등 제도화된 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침팬지 사회에서도 보스, 리더 집단, 연합, 파벌이 존재하고, 또 이들간에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진다.

인간의 정치와 침팬지 정치를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갈등이 얼마나 적나라한가이다. 침팬지 정치에서 갈등과 그를 둘러싼 투쟁은 매우 적나라하다. 침팬지는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성과 문화가 발달한 인간 사회의 정치는 갈등을 자제하고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들은 자신의 적 앞에서도 웃으며 악수를 할 수 있는 자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갈등을 통제하는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현대의 민주정치이며, 따라서 민주정치가 발달한 국가일수록 이러한 갈등은 잘 통제된다. 영국의 여야 의원들이 한국의 의원들에 비해 서로 극진한 예우를 하는 것은 영국 사회의 갈등이 한국 사회에 비해 심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어느 사회든 갈등은 존재한다. 다만 영국은 오랜 전통과 관습을 통해 이러한 갈등을 통제하는 방법을 제도화해 온 반면, 한국은 때때로 통제력을 잃고 침팬지 정치를 재현할 뿐이다.

침팬지가 펼치는 솔직한 정치에는 장점도 있다. 그들은 적나라하게 갈등을 표현하는 대신에 화해도 쉽게 한다. 라이벌간 치열한 다툼 후에는 반드시 털다듬기를 통한 화해와 긴장풀기의 시간이 뒤따른다. 우리 인간 정치가 배워야 할 점이다.

또 한 가지 침팬지 정치가 주는 시사점은 성(性)과 권력과의 관계이다. 침팬지의 보스는 대개 수놈이 차지한다. 그러나 수놈이 보스가 되는 과정에서 또한 보스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암놈의 지지와 도움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놈은 이러한 암놈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최근에 한국 정치에도 여성지도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제1야당의 대표, 총리 후보자, 그리고 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도 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소위 ‘여풍(女風)’에 대한 논란도 있고, 세 여성 지도자에 대한 비교도 다양하게 쏟아진다. 특히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는 기존의 여성 이미지인 모성(母性)에 어울리지 않는다든가, 현재의 인기는 거품이라든가, 여러 가지 말이 많다.

강 후보의 매력과 인기의 원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거품이라 부른다. 그러나 침팬지 정치에서 암놈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침팬지처럼 좀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다면, 그의 인기를 단순한 거품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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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강동엄마’ 박춘선 서울시의원 “사후 대응은 늦어… 먼저 살피고 선제적으로 대응·지원해야”

김욱 배재대 교수
2006-04-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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