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 우리 대중음악의 노장 신중현이 던진 일갈이 작은 화제가 되었다. 즉 우리의 대중음악은 ‘스크린쿼터’같은 보호 장치가 없어도 영미권의 팝음악에 대항하여 압도적인 점유율을 획득하지 않았느냐. 결국 제도의 문제 이전에 작품의 질적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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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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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 대중음악평론가
그러나 이 논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그 또한 순진한 일이다.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영화는 세계가 놀랄 만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면서 영화 제국의 펜타곤인 할리우드를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대중음악은 온라인 불법 전송으로 인한 시장 괴멸, 최근 이효리 파문에서 보듯 끊이지 않는 표절 논란으로 인해 안팎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한류 붐의 일익을 담당하며 국내 내수 시장 안에 갇혔던 한계를 벗어나 아시아로 그 시장을 넓혀 가고 있으니 장밋빛 미래의 청사진을 성급하게 진단하는 이도 적지 않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상의 음악 서비스도 전면적인 유료화로 돌아섰으니, 지난 칠팔년 동안 이 땅의 음악산업을 초토화시킨 불명예를 딛고 세계 최강급인 막강한 온라인 인프라는 이제 음악시장 활성화의 든든한 밑천이 되어 줄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에 탄생한 우리의 대중음악이 일본과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8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된 동력은 우리 음악의 질적 경쟁력 때문이라기보다 영화와는 다른 음악 문화의 고유한 특성에 의거한다. 먼저 대중음악은 이성적인 줄거리를 따라가는 서사 양식인 영화와는 달리 3분에서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감정적인, 그것도 지극히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표현 양식이다. 따라서 영화는 자막으로 거개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지만 음악은 자국어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으로 로컬 문화 양식이다. 영어권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서 자국어 음악이 그 나라에서 가장 유력한 음악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한국 음악시장 로컬화의 결정적인 요인은 음악이 영화와는 달리 매스 미디어의 종속성이 심각하며 1980년대 후반 이후 시장의 주력을 10대 수용자들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 세대인 이들의 감수성을 포섭하기 위해 우리의 지상파 방송 3사는 10대 아이들(idol·우상) 스타 취향의 음악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편성했고 그 광풍에 밀려 20대 중반 이후 세대의 음악과 눈앞에 스타를 보여줄 수 없는 해외의 음악은 시장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우리는 다른 모든 산업 분야가 그러했듯 음악 시장 또한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그것도 압도적인 수준의 ‘독립’을 쟁취했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성취에 불과하다. 로컬적 성향이 강한 음악의 경우 자국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 입장하기 위해선 보다 창의적인 설득력과 완성도가 필요하다. 음악은 영화와 달리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타자를 설득할 수 없는 예술이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문화권 수용자들의 감성과도 충분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주자들이 세계 시장에 지속적으로 명함을 내놓기란 힘들다. 아시아 국가에서 통용되는 한국 음악의 경쟁력이 무국적성에 있다고 최근 지적한 일본 음악 관계자의 발언은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다. 세계 2위의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 50년 전부터 탈아입구(脫亞入歐), 곧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로 진입하려 했던 ‘무국적적’인 일본 음악이 여전히 자국 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음악 선진국의 트렌드를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한 한류는 없는 것이다.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2006-04-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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