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업사냥꾼인 미국의 칼 아이칸이 KT&G의 지분을 대량 매집해놓고 경영참가를 선언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3년 전 SK㈜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 뒤 2년 4개월 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가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기고 손을 턴 소버린자산운용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칸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월가에서도 ‘상어’라는 별명처럼 악명높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 TWA항공사를 비롯해 철강회사 USX, 자동차회사 GM,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 등이 공격의 표적이 됐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이 90억달러를 웃돈다고 한다.
그는 경영권 참여 외에 자사주 매입 소각, 유휴자산 매각 등 주가부양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사냥기법이다. 요구에 불응하면 지분의 62%에 해당하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연합해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위협도 바닥에 깔고 있다.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민영화된 공기업인 KT&G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경영권 위협을 통해 주가를 잔뜩 끌어올린 뒤 ‘먹튀’하겠다는 속셈을 알면서도 절차상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니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급격히 개방되면서 국내 상장주식의 40%, 코스닥 등록주식의 14%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뒤진 코스닥시장의 경우 50여개 우량기업의 2대 주주가 외국인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으로 챙긴 몫이 1조원을 넘는다. 한편에선 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금 수탈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는 등 이중적인 잣대가 횡행하는 이유다.
지금 세계 각국은 ‘5%룰 강화’를 비롯, 기업사냥꾼 취득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독약처방’, 기존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황금주’ 도입 등 헤지펀드의 발톱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사냥꾼의 탐욕을 꺾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글로벌 잉여유동성은 굶주린 독수리처럼 상공을 맴돌다가 먹잇감이 포착되는 순간 사정없이 낚아채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유능한 최고 경영자(CEO)는 능숙한 사냥꾼이면서 동시에 빈틈없는 수호자도 돼야 하는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그는 경영권 참여 외에 자사주 매입 소각, 유휴자산 매각 등 주가부양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사냥기법이다. 요구에 불응하면 지분의 62%에 해당하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연합해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위협도 바닥에 깔고 있다.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민영화된 공기업인 KT&G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경영권 위협을 통해 주가를 잔뜩 끌어올린 뒤 ‘먹튀’하겠다는 속셈을 알면서도 절차상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니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급격히 개방되면서 국내 상장주식의 40%, 코스닥 등록주식의 14%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뒤진 코스닥시장의 경우 50여개 우량기업의 2대 주주가 외국인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으로 챙긴 몫이 1조원을 넘는다. 한편에선 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금 수탈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는 등 이중적인 잣대가 횡행하는 이유다.
지금 세계 각국은 ‘5%룰 강화’를 비롯, 기업사냥꾼 취득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독약처방’, 기존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황금주’ 도입 등 헤지펀드의 발톱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사냥꾼의 탐욕을 꺾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글로벌 잉여유동성은 굶주린 독수리처럼 상공을 맴돌다가 먹잇감이 포착되는 순간 사정없이 낚아채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유능한 최고 경영자(CEO)는 능숙한 사냥꾼이면서 동시에 빈틈없는 수호자도 돼야 하는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02-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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