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아! 전교조/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열린세상] 아! 전교조/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입력 2006-01-31 00:00
수정 2006-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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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교육계의 회오리바람이 거세다.‘반(反)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바람이 그것이다. 제1야당이 ‘전교조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며 어깨띠를 두르고 개정된 사학법 무효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교육선진화의 최대 장애물은 전교조’라며 이를 대체할 세력으로 제3의 교사노동조합인 ‘자유교원조합’ 출범을 알리는 외침이 우렁차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개정 사학법을 반대하면서 전교조를 공격하는 모습은 공당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전교조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면 ‘사학법 무효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전교조 무효화’를 외쳐야 사리에 맞다. 국회의원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인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길거리로 뛰쳐나오면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해진다.

학생의 학습권은 어떤 교육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사학법을 반대한다면서도 사학들이 학생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신입생 배정거부의 행동돌입을 천명했을 때 이의 부당함을 지적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관심 갖는 것은 개정 사학법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느냐 여부이다. 한나라당이 이에 대한 논리적 근거와 객관적 사실을 제시한다면 전교조와 결부시키지 않아도 학부모들은 반대할 것이다.

자유교원조합(자유교조)의 출범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자유교조의 성공적인 창립과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하는 학부모들이 상당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노조의 폐해에 대응한다면서 또 다른 교사노조를 만드는 것은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부르고 극단의 존재 이유를 합리화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의 합리적 대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反) 전교조’ 신드롬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는 학부모들의 전교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크기 때문이고, 여기에는 전교조의 행태가 적잖은 원인을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학부모들의 전교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전교조가 창립 당시의 초심을 잃고 ‘이익집단화’‘권력화’‘이념화’‘수구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교조를 신뢰하는 국민은 35.0%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26.1%)와 정당(24.2%)보다는 높았지만 대기업(50.2%)에는 미치지 못했고 환경운동단체(71.7%)나 인권·자선단체(71.2%), 여성운동단체(68.4%)나 시민단체(62.8%) 등 다른 시민·사회단체보다 훨씬 낮게 나타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부모들 불만의 예는 이렇다. 낡은 레코드 판 돌리듯 때와 사안 구분 없이 평등교육이념만을 외치며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저지·봉쇄함으로써 교육의 선진화를 막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현장 간의 합의에 의한 교육정책 수립 체제로 바뀌면서 이 과정에 참여해 정부와 적대적 공생관계로 교육 권력을 분점·향유하고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함으로써 교사의 권리를 남용하고 있다. 편향되고 욕설 담긴 교재로 계기수업 강행을 시도하고, 학생들이 동원된 집단체조 ‘아리랑’을 관람하기 위해 평양으로 달려가는 등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있다. 머리띠와 점거농성, 연가투쟁과 고소·고발의 행태도 함께.

이제라도 교육공동체는 학교가 어른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학생들의 배움터라는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학생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자유교조는 출범이 기정사실이라면 교사노조가 교육 선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이런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전교조는 변화할 줄 모르던 교육계의 보수적 풍토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며 희생을 감수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학부모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기를 소망한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2006-01-3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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