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오솔길이 반죽하는 사연의 꽃
커졌다 작아지는 보리햇살로 피워보다
때까치 손님 반기는 벤치에 잠시 앉는다
저희끼리 속삭이며 익명으로 살아가다
절정의 순간에 모든 걸 다 내놓은 나무들
목탁소리 한아름 자비를 구하는데
차량행렬 공허한 메아리로 시주한다
해맑은 스님 눈동자 속으로 지는 연꽃
실개천 봄의 전령 버들강아지 알까
들풀의 생채기서 알리바이 피는 것을
풀벌레 울음그치면 이름만 남는 것을
다람쥐가 나무에 이야기 새겨놓듯
정들 것 없는 세상사 안쪽주머니에 넣고
돌탑에 쌓은 돌 하나로 번뇌를 날린다
아내와 함께 놀러간 장흥에서 우연히 마주친 때까치와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는 나무를 보면서, 영등포백화점 앞에서 시주를 구하는 젊은 스님을 떠올리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과 세상의 시름 하나 덜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봤습니다.
최종찬 편집부 차장 siinjc@seoul.co.kr
커졌다 작아지는 보리햇살로 피워보다
때까치 손님 반기는 벤치에 잠시 앉는다
저희끼리 속삭이며 익명으로 살아가다
절정의 순간에 모든 걸 다 내놓은 나무들
목탁소리 한아름 자비를 구하는데
차량행렬 공허한 메아리로 시주한다
해맑은 스님 눈동자 속으로 지는 연꽃
실개천 봄의 전령 버들강아지 알까
들풀의 생채기서 알리바이 피는 것을
풀벌레 울음그치면 이름만 남는 것을
다람쥐가 나무에 이야기 새겨놓듯
정들 것 없는 세상사 안쪽주머니에 넣고
돌탑에 쌓은 돌 하나로 번뇌를 날린다
아내와 함께 놀러간 장흥에서 우연히 마주친 때까치와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는 나무를 보면서, 영등포백화점 앞에서 시주를 구하는 젊은 스님을 떠올리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과 세상의 시름 하나 덜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봤습니다.
최종찬 편집부 차장 siinjc@seoul.co.kr
2006-01-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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