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 돈 빼돌리며 기간당원 늘린 與

[사설] 노인 돈 빼돌리며 기간당원 늘린 與

입력 2006-01-10 00:00
수정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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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천동의 노인 156명이 자신도 모르게 열린우리당원으로 가입됐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의 통장에서 달마다 1000∼2000원씩 몇 달째 당비로 빠져나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한다. 지방선거 공천 경쟁의 혼탁상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니 놀랍고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더욱이 공명선거를 선도해야 할 여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더욱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당원 가입과 당비 납부가 본인 모르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선거법, 정당법을 위반한 명백한 범죄행위다. 보도된 것처럼 누군가에 의해 피해자들의 신상기록과 계좌번호가 빼돌려졌다면 신용정보보호법 위반이기도 하다. 행정당국이 개인 신상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인지, 언제든 피해자가 될 처지의 국민들로서는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피해자 대다수가 저소득층 노인들이라는 점에서 도덕적으로도 용납하기 힘들다. 마땅히 사법당국은 수사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는 여야 정치권의 책임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인 유선호 의원은 어제 “미꾸라지 한마리가 50만 기간당원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라고 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발언이자, 기간당원제 뒤에 숨은 정치권의 인식을 단적으로 내보인 발언이다. 어떻게 이번 사건이 미꾸라지 한마리의 분탕질인가. 그렇다면 지난해 말 당비 대납 혐의로 대전지검에 구속된 열린우리당 소속 광역의원 출마희망자 2명은 또 누구인가. 기간당원 상당수가 출마희망자들의 금품과 연줄에 묶여 급조된 ‘종이당원’임은 그동안 여야의 경선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났다.2004년말 7만명이던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이 1년새 50만명으로,3800명에 불과하던 한나라당 책임당원이 35만명으로 늘어난 현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간당원제를 국민들에게 점수나 따려는, 허울 뿐인 제도로 놔둬서는 안 된다. 지금대로라면 정치문화의 왜곡과 선거 혼탁만 가중시킬 뿐이다. 미꾸라지 운운하며 사태를 호도하지 말고 기간당원제의 올바른 착근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2006-0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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