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생제 1위 오명 벗어날 때다

[사설] 항생제 1위 오명 벗어날 때다

입력 2006-01-07 00:00
수정 2006-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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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그제 판결은 ‘항생제 오·남용 세계 1위’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와 각급 의료단체가 반발하고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지만 명단 공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항생제 오·남용은 긴 설명이 필요없는 심각한 문제다.

2000년 의약분업을 실시할 때도 항생제 오·남용 방지가 주요한 논거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의료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동네 의원의 지난해 1·4분기 감기 항생제 처방률이 무려 59.2%에 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는 우리를 아연케 한다. 또 대학병원은 45.1%, 종합병원은 49.9%였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16%, 말레이시아는 26%라고 하니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의 ‘항생제 공화국’이다.

이제 복지부와 의료기관 등은 의료인의 진료방법 선택 재량권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한다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여 객관적인 평가지표 마련에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질병별로 분류하고 각급 병원별로 환자수 등을 감안해 의료기관도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항생제 처방률 공개는 곧 의료대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도 의료단체 주변에선 나오는 모양이다. 이들의 반발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복지부는 이들을 잘 다독여 의료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계의 우려대로 항생제 처방률의 높고 낮음이 절대적인 병·의원 평가잣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예컨대 암치료의 경우 다른 질병보다 항생제가 많이 소요되는 게 의료계 현실이어서다. 아울러 무조건 항생제부터 찾는 환자들의 의식과 행태도 차제에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2006-01-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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