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중국의 21C 백서와 2006년 한반도/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열린세상] 중국의 21C 백서와 2006년 한반도/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입력 2006-01-02 00:00
수정 2006-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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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22일 중국정부는 ‘중국의 평화발전의 길’ 이라는 제목이 붙은 백서 한권을 내놓았다. 중국이 추구하는 부국강병의 길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촉진하는 긍정적 요인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중국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되풀이해온 얘기이다. 문제는 왜 중국정부가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새롭지 않은 이런 얘기를, 그것도 백서라는 형식으로 다시 끄집어 냈느나는 점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그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위험론은 천안문 사태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최대 관심사이었다가 97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년 1월13일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만든 ‘2020년의 세계’라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19세기가 영국의 세기이었고 20세기가 미국의 세기이었던 것처럼 21세기는 중국과 인도의 세기가 될 것이다.”라는 예언이 바로 이 보고서에서 나왔다. 중국과 인도의 세기라 했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중국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촉구하는 게 이 보고서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폭정의 종식’으로 유명해진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 1주일 후에 있었다. 재임에 성공한 부시가 미국이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독재자들의 억압적 폭정을 종식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중국을 종식시켜야 할 폭정의 대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인권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간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적어도 중국정부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중국정부가 내놓은 백서는 ‘2020년’ 보고서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래 저래 새해에도 폭정과 중국 위험론, 그리고 이에 맞선 반패권과 중국 기회론이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새해에 전개될 중국위험에 대한 담론은 90년대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90년대에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던 데 반해 새해의 담론은 중국의 부상을 기존 세계질서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는 점에 집중될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나 억압보다 협력과 수용이 담론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중국 경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자본주의 국가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중국이 세계경제 체제 속에 몰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국가들과 공동운명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상호의존의 관계가 그만큼 깊어졌다. 미·중관계에서 대립과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현재의 중·일관계에서도 극적인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하는 편가르기가 구체화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전략적 동반자가 되기에는 메워야할 간격이 너무나 크지만 전략적 협력관계에의 모색은 시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새해 전망은 우리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새해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빨리 6자회담이 속개되어 금년 내에 북핵문제가 실질적으로 타결될 수 있는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런 토대 위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중국의 부상이 국제사회의 위험이 아닌 기회라는 중국정부의 백서가 한반도에서 먼저 입증되는 희망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2006-01-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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