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면접 공포’ 어떻게 치료할까/표진인 정신과 전문의

[열린세상] ‘면접 공포’ 어떻게 치료할까/표진인 정신과 전문의

입력 2005-11-17 00:00
수정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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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입사면접만 26번을 본 사람이다. 아무리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경기가 안좋다고는 하지만 괜찮은 대학에서 괜찮은 학점을 받고 신체 건강한 사람이 이렇게 계속해서 낙방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더욱이 당하는 사람은 몹시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다.A씨는 실제로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내면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에는 매번 어렵지 않게 합격을 하지만, 꼭 최종면접에 가서 탈락하는 불운이 아닌 불운을 겪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읽고도 눈치가 빠른 독자께서는 A씨가 혹시 외모나 언변에 눈에 띄는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A씨는 인상도, 말투도 아주 듬직한 보통 청년일 뿐이다.

이렇게 낙방이 계속되자 본인과 가족은 물론 친구나 주변사람들까지도 이상하다며 안타까워했지만, 이럴수록 A씨의 답답함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그런데 A씨와 결혼을 앞둔 오래된 여자친구는 면접을 갔다온 A씨가 “면접장에 들어가면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어 버린다.”는 말이 기억나 고민끝에 필자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위에서의 얘기대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긴장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일시적으로 긴장을 완화시켜 주는 약물을 처방,A씨는 이 약물을 다음 면접때 복용하였고 결국 당당하게 대기업에 합격을 했다.

요즘이 바로 매년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이어지는 입시, 입사 면접철이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과 구직자들이 면접관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본능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고, 또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부담감 때문에 어떤 누구도 면접을 할 때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타고나기를 긴장도가 높게 타고난 사람도 있고,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이런 상황을 훨씬 힘들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면접은 고문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강한 긴장과 불안은 스스로가 극복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나빠지곤 한다. 아마 A씨도 그랬을 것이다. 잘 해보려고 마음을 다지면 다질수록 긴장은 심해져서 결국 면접을 망쳤을 것이고 그 결과 낙방으로 이어지면 좌절감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다음번엔 더 각오를 다지지만 결국 좌절감만 더 키우는 악순환의 결과를 낳고 만다.

이 정도가 되면 A씨처럼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정신과에서 쓰는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있겠지만, 이런 긴장과 불안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약물은 아주 안전한 약물이다. 실제로 음악대학앞에 있는 약국에서는 이 약물의 판매량이 상당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음악대학에는 실기시험이 있어서 무대공포가 있는 많은 음대생들이 실기시험 직전에 약물의 도움을 얻어 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음대생이라고 해서 매일같이 실기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니까 허구한 날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과 동기나 선배가 도움을 받고 나서는 소문이 퍼져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늘어나 보편적으로 복용하게 됐을 것이다. 특히 긴장을 하면 목소리가 떨려서 지장을 크게 받는 성악과 학생들이 많이 복용한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약물을 복용하고 아주 이상할 정도로 편한 마음으로 면접관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그리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보이고 왔으며, 좋은 기업의 신입사원이 되었다.

평소 갈고 닦은 실력 그대로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상당히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평가해야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도 이런 제도의 희생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서부터 정신의학이 여러분을 구해줄 도움의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 여러분은 그 손을 잡기만 하면 된다.



표진인 정신과 전문의
2005-11-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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