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을 교체하자는 논란이 10년만에 재연됐다. 김영삼 정부가 ‘역사 바로세우기’를 추진하던 1995년 당시에도 바꾸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유지 쪽으로 결론난 일이다. 그런데 문화재 업무와 상관없는 감사원이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생뚱맞기 짝이 없다. 논리 역시 일제 잔재 청산을 빼고는 10년 전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숭례문의 문화재적 가치와 상징성이 10년 전에 비해 더 떨어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보에 매긴 번호는 중요성이나 가치 척도의 우열을 표시하는 게 아니다. 국보1호도 308호도 모두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숭례문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고적 1호가 된 뒤 1955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처음 국보1호로 지정했다. 이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돼 정부가 독자적으로 다시 지정했으니 일제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숭례문은 도성인 한양의 정문으로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목조 건축물이라는 상징성이 강하다. 일제 잔재 청산을 이유로 댄다면 지나치게 우리 스스로를 낮추는 셈이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과거사 정리의 취지를 희석할 위험성도 있다.
문화재적 가치와 상징성을 내세워 국보의 번호를 바꾼다면 소모적인 논란과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더 중요한 문화재가 발견된다고 다시 변경하겠는가. 차라리 통일됐을 때 한몫에 논의하는 게 옳다. 교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문화재청은 지금 방치된 문화재의 관리와 보호에 힘쓰고, 빼앗긴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 머리를 짜낼 때이다. 기본적인 일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2005-11-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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