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는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1998년 ‘한강수질개선대책’ 수립시 팔당호의 2005년도 목표수질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1ppm으로 정하였으나, 현재의 수질현황으로 미뤄볼 때 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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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호 강원대 환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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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호 강원대 환경학 교수
BOD란 물에 들어 있는 유기물질을 미생물이 분해시킬 때 소비하는 산소의 양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그만큼 오염도가 높다는 말이다. 하천수에서 BOD 1ppm이란 인간에 의해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자연적인 조건에서 관찰되는 유기물의 자연함유량 지표로 사용되는 수치이다. 그런데 우리는 팔당호의 수질관리 목표를 BOD 1ppm 이하의 자연조건에 가까운 수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천 유역에 인구가 많고 고랭지농업 등 집약적 농업이 발달한 팔당호의 현황을 감안할 때 목표수준을 너무 높이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뿐만 아니라 BOD 1ppm을 상수원수 1급으로 설정하여, 그 외의 물은 상수원으로 부적합하거나 상수원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로 잘못 인식될 뿐 아니라 양질의 물을 보유한 지역도 수질개선에 과잉 투자를 유발함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수자원의 질을 등급으로 표현하는 국가도 여럿 있지만 BOD 1ppm까지를 단일 등급으로서 1등급으로 지정된 사례는 볼 수 없다. 영국은 2ppm까지를 1등급, 프랑스는 3ppm까지, 일본은 자연수의 개념으로 1ppm까지를 1-A 등급,2ppm까지를 1-B등급으로 설정하였다. 독일은 BOD 대신 총유기탄소량을 도입하여 2ppm까지를 1등급으로 하고 있다.1990년대 초에 일어난 여러 수질오염 사고는 국민들의 환경의식을 높이고, 정부의 환경보전기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질관리 목표를 제시하여 다른 나라에서는 1등급의 양질로 분류되는 물을 보유하고도 수질에 대해 불신하거나 불안해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수질등급 기준은 1987년 제정되어 일부 수정되었으나 아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는 산업화 초기 단계로 오염물질의 종류와 특성이 지금보다 단순하여 BOD 중심의 상수원수 관리가 정당하였을 수도 있고, 실제적으로 당시 BOD 1ppm 수준의 물이 상당부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BOD 1ppm의 물이 1급수로 지정된 이후 30여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오염물질은 BOD와 관련이 큰 생활계 유기물뿐만 아니라 산업시설에서 유래되는 유해화학물질, 즉 인체에 직접 해를 미치는 물질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BOD 중심의 수질기준등급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1등급의 물만 상수원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고,2등급의 물은 무언가 오염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나쁜 물로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3등급의 물은 수돗물의 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팔당호 물은 지금보다 BOD가 1.5배쯤 높아져도 영국·독일·일본·프랑스에서는 1등급의 물이다. 한국인의 높은 환경인식과 다수의 전문가를 확보한 시민단체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문제 인식은 큰 공감을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BOD 1ppm 달성에 노력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을 우선하는 상수원 관리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 첫 과제로 수질환경기준에 건강관련 항목을 확대하고, 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종합적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하고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
전상호 강원대 환경학 교수
2005-11-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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