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관대첩비 귀환, 그 후/초산 스님 한일불교복지협회장

[시론] 북관대첩비 귀환, 그 후/초산 스님 한일불교복지협회장

입력 2005-10-26 00:00
수정 200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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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우주의 섭리인 것이다. 북관대첩비는 나의 길, 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하루같이 힘차게 살아온 것이다. 나는 북관, 즉 함경도 출신이다. 마지막 나의 인생을 고향을 위해, 고향산천의 위대한 조상의 고귀한 넋을 고향 하늘에 편히 모셔야 한다는 충정 어린 일념으로 내달린 세월 속에 일본, 북한, 중국땅을 마치 의병처럼 힘차게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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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산 스님
초산 스님
오로지 북관대첩비를 찾아와야 한다고 원력을 세운 것이다. 그 지나온 최근 과정은 이러하다. 지난 3월1일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신사 책임자 궁사 난부 도시아키를 만났다. 남과 북이 공동합의해 반환을 요청하면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냈으며 이후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3월28일 베이징에서 만나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나는 북측 조불련 부위원장 심상진 대선사에게 다시 한번 피 토하는 심정으로 간청했다. 이 소중한 합의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북측 당국의 지지성명을 방송과 언론에서 크게 발표해야 북관대첩비를 일본으로부터 모셔올 수 있다는 사정이었다. 그래서인지 4월12일자로 평양방송과 통일신보, 그리고 인터넷 ‘우리 민족끼리’ 홈페이지 등에 그 사연이 크게 발표됐다. 그리고 4월28일 한국주재 일본 대사관을 경유, 일본정부 고이즈미 총리, 마치무라 외상 앞으로 ‘북관대첩비 반환에 대한 요청’(북대제 2005-10325호)을 공식 제출했다. 이것이 민간외교 승리의 단초가 된 것이다.

나는 시작부터 정치적 외교의 부당성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그래서 정부 주도형의 한·일 및 남북 공동협의는 이루지 못하고 결국 민간주도의 성공적 신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간의 어려움이라면 정부와의 불협화음이었다. 말하자면 정부는 민간주도의 방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 때문에 의로운 일에 목숨을 걸었건만 주위의 냉소 속에서 고군분투해야만 했다.“나의 이력서는 첫째 세상글 없어 무식, 둘째 스님이니까 알거지, 셋째 재산이 뭣꼬?, 하는 일 북관대첩비가 전부”라고 남과 북에 외치며 다녔다.

어찌 됐든 북관대첩비는 지난 20일 오후 4시12분 인천공항에 안착, 드디어 100년만에 조국의 품안에 무사히 돌아왔다. 이 역사적인 감격은 8000만 우리 민족의 영광이다. 그 누구만의 노력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민도 관도 아닌 것이다. 만약 논공행상을 굳이 따지려 한다면 100년동안 잊고 살아온 민족적 수치와, 그 죄를 누가 어떻게 받아야 할 것인가를 오직 묻고 싶다. 막상 북관대첩비가 돌아오니 마치 일등공신인 양 얼굴 들고 말하는 얌체 무리 속에 내 자신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부끄러워 몸둘 곳을 몰랐다. 지난 21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유제 직후 나는 내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무릇 인간사는 고된 하루 일을 마치면 손 씻고 발 닦고 제자리에 돌아가 편히 쉬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일을 마쳤으니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후로는 북관대첩비를 빙자한 정치적 빛깔에는 일체 동참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소신을 밝혔다. 희수를 맞아 초산시집을 엮었다. 그 속에 한 구절을 뇌면서 세상 잡담을 거두려 한다.

내 인생 / 무식하고 돈 없는 거지여

만난 사람 / 박사, 장관, 별들이 / 우글거린다

그 속에 / 사람은 간데 없고 / 도깨비 탈만 보이니

풍요로운 태양빛 / 건강한 땅 위에 / 이 어인 조화인고?

알음알이 없는 빈 그릇이 / 큰 도를 이루리라고

모두 버리고 비워 / 찬란한 우주의 빛 품어야

참 삶이 / 거기에 있음인데…

초산 스님 한일불교복지협회장
2005-10-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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