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동명이인/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동명이인/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5-10-25 00:00
수정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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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내 이름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묘해진다. 흔치 않은 성(姓)이고 대소 집안이나 가까운 친척 중에는 같은 이름이 없어 세상에 나 혼자만 갖고 있는 이름으로 자랑스레 여겼다. 그런데 자라면서 먼 친척 중에 같은 이름의 형뻘이 있다는 걸 알고는 실망했다. 그렇다고 동명이인에게 “기분이 좀 뭐하니 당신 이름을 바꾸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두 명의 동명이인을 우연히 더 알게 됐다.19년전 D대학에 수석 합격한 ‘동명이인 1’은 한자까지 같았다. 수석 프로필이 신문에 실리자 회사에서는 내가 다시 입학시험을 치른 것 아니냐는 농담이 오갔다.‘동명이인 2’는 고등학교 체육교사인데 어느날 기사를 보고 이메일을 보내와 전화통화까지 했다. 두 양반은 한학계·체육계에서 명성이 자자해 내가 혹시 오명을 만들까 걱정된다.

요즘 친북발언으로 일파만파를 일으킨 K교수의 이름이 돌아가신 어머니와 똑같아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할 때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동명이인에게 폐를 끼칠 테니 이름값하며 살아가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10-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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