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군주에게 속해 있었던 군주국가 시대에는 시민들의 정치·행정 참여가 허용되지 않거나 제한적이었다. 모든 권한이 군주에게 집중되어 있어 권한 남용의 우려가 커지면서 규제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났다. 사후적이지만 사관들에 의한 사초(史草))에 근거한 역사 기술의 사실화 작업이 행해진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신료들은 통치윤리 및 관례 등을 들어 군주의 중요한 정책결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때로는 사실상의 견제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는 국가정보기관이 일반정치 지도자나 언론인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국가기밀에 관한 비밀정보를 독점하게 됐다. 때로는 그러한 강제력 수단이나 비밀정보를 정보기관 자신이 자기합리화나 정당성을 위하여 동원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정보부패 내지 정보윤리의 실종이라고 본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일각에서 불법도청 파문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의 활동 임무 기구 등을 새롭게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냉전종식 이후 신안보 위협으로 등장한 세계적 테러나 마약 국제범죄 등은 매우 심각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뉴올리언스시의 재난이나 영국의 지하철 테러,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국제범죄 등은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음을 말해준다. 먼저 국가안전과 재난관리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역량을 선진적·과학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정책추진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은 9·11테러사건 이후 15개 부문의 정보기관을 총괄 조정하는 국가정보위(DNI)를 설립하여 가동하고 있다. 영국도 보안부(MI5)와 해외정보부( MI6)의 정보를 총리에게 보고하도록 조정하였다.
일본 또한 총리 직속의 보고체계라든지 자위대의 해외 정보수집 강화를 명문화하였다.
그런데 우리 정보기관들은 과거 기관의 속성상 성과 또는 건수 올리기식 행태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공조를 기대할 수 없었다. 국내·해외 별도조직에 의한 경쟁적 정보활동 및 정보 미공유로 인한 정보왜곡 현상조차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다.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시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은 소련의 의도에 대해 서로 상반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정보 사용자가 선택의 문제에 봉착하였다. 해외와 국내정보로 이원화된 이스라엘 모사드도 중동전 당시 정보독점으로 인하여 이집트의 침공에 대한 조기경보에 실패한 우를 범했다.
따라서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생각하는 정보의 통합과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방향으로 국가정보원이 개편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보기관이 과거의 권위주의적 업무 자세에서 탈피하여 스스로를 낮추고 시민들로부터 자발적인 협조와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윤리성 회복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변화된 정보환경에 맞도록 정보업무 방식이나 정책평가 기능도 혁신할 시점이다.
김택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명예논설위원
현대에 와서는 국가정보기관이 일반정치 지도자나 언론인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국가기밀에 관한 비밀정보를 독점하게 됐다. 때로는 그러한 강제력 수단이나 비밀정보를 정보기관 자신이 자기합리화나 정당성을 위하여 동원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정보부패 내지 정보윤리의 실종이라고 본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일각에서 불법도청 파문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의 활동 임무 기구 등을 새롭게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냉전종식 이후 신안보 위협으로 등장한 세계적 테러나 마약 국제범죄 등은 매우 심각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뉴올리언스시의 재난이나 영국의 지하철 테러,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국제범죄 등은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음을 말해준다. 먼저 국가안전과 재난관리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역량을 선진적·과학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정책추진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은 9·11테러사건 이후 15개 부문의 정보기관을 총괄 조정하는 국가정보위(DNI)를 설립하여 가동하고 있다. 영국도 보안부(MI5)와 해외정보부( MI6)의 정보를 총리에게 보고하도록 조정하였다.
일본 또한 총리 직속의 보고체계라든지 자위대의 해외 정보수집 강화를 명문화하였다.
그런데 우리 정보기관들은 과거 기관의 속성상 성과 또는 건수 올리기식 행태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공조를 기대할 수 없었다. 국내·해외 별도조직에 의한 경쟁적 정보활동 및 정보 미공유로 인한 정보왜곡 현상조차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다.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시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은 소련의 의도에 대해 서로 상반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정보 사용자가 선택의 문제에 봉착하였다. 해외와 국내정보로 이원화된 이스라엘 모사드도 중동전 당시 정보독점으로 인하여 이집트의 침공에 대한 조기경보에 실패한 우를 범했다.
따라서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생각하는 정보의 통합과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방향으로 국가정보원이 개편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보기관이 과거의 권위주의적 업무 자세에서 탈피하여 스스로를 낮추고 시민들로부터 자발적인 협조와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윤리성 회복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변화된 정보환경에 맞도록 정보업무 방식이나 정책평가 기능도 혁신할 시점이다.
김택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명예논설위원
2005-09-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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