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안팎에서는 윤광웅 국방장관을 역대 국방장관 가운데 몇 안 되는 ‘실세(實勢) 장관’으로 평가한다. 군 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데다, 장관 부임 직전까지 청와대 국방보좌관으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점 등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부임과 함께 ‘국방 문민화’의 첨병을 자처한 윤 장관은 군사외교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10월엔 한·미 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미국을, 올해 3∼4월엔 중국과 러시아 등도 잇따라 찾았다.
실세답게 외국 방문 때도 적잖은 뉴스가 따라다녔다. 중국 방문 때는 한·중 군사교류를 지나치게 강조해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이런 지적에 대해 국방부나 윤 장관은 순수한 군사외교 차원에서 봐줄 것을 당부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군사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데다,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인 접근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장관이 최근 외국 방문 3∼4일 전 일방적으로 약속을 잇따라 취소한 사례는 군사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방부로선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임에 틀림없다.
국방부는 30∼31일 일본에서 갖기로 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나흘 전인 지난 26일 전격 취소했다. 올해 초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일본 방위청장관의 방한에 대한 답방 형태로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다음달 1일 국방개혁 방안에 대한 청와대 보고와 30일 T-50 고등훈련기 1호기 출고식 등의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훈련기 관련 행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잡혀있었던 만큼 청와대 보고 때문에 국방장관 회담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윤 장관은 러시아에 앞서 방산 협력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려 했으나, 마침 해외 순방 중이던 노 대통령 부재시 발생한 만취어부 월북사건 보고 등을 이유로 나흘 전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군사외교의 가장 기초는 ‘약속’인데 뚜렷한 이유없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군사외교 신장은커녕 국가간 신뢰를 금 가게 하는 처사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군사외교 일정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할 정도라면 윤 장관은 이미 ‘실세(實勢)가 아니라 실세(失勢)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조승진 정치부 차장 redtrain@seoul.co.kr
부임과 함께 ‘국방 문민화’의 첨병을 자처한 윤 장관은 군사외교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10월엔 한·미 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미국을, 올해 3∼4월엔 중국과 러시아 등도 잇따라 찾았다.
실세답게 외국 방문 때도 적잖은 뉴스가 따라다녔다. 중국 방문 때는 한·중 군사교류를 지나치게 강조해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이런 지적에 대해 국방부나 윤 장관은 순수한 군사외교 차원에서 봐줄 것을 당부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군사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데다,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인 접근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장관이 최근 외국 방문 3∼4일 전 일방적으로 약속을 잇따라 취소한 사례는 군사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방부로선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임에 틀림없다.
국방부는 30∼31일 일본에서 갖기로 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나흘 전인 지난 26일 전격 취소했다. 올해 초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일본 방위청장관의 방한에 대한 답방 형태로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다음달 1일 국방개혁 방안에 대한 청와대 보고와 30일 T-50 고등훈련기 1호기 출고식 등의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훈련기 관련 행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잡혀있었던 만큼 청와대 보고 때문에 국방장관 회담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윤 장관은 러시아에 앞서 방산 협력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려 했으나, 마침 해외 순방 중이던 노 대통령 부재시 발생한 만취어부 월북사건 보고 등을 이유로 나흘 전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군사외교의 가장 기초는 ‘약속’인데 뚜렷한 이유없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군사외교 신장은커녕 국가간 신뢰를 금 가게 하는 처사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군사외교 일정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할 정도라면 윤 장관은 이미 ‘실세(實勢)가 아니라 실세(失勢)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조승진 정치부 차장 redtrain@seoul.co.kr
2005-08-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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