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머니의 재봉틀/우득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머니의 재봉틀/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입력 2005-08-23 00:00
수정 2005-08-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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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살 때였던가. 어머니는 날마다 밤늦도록 재봉틀에 앉아계셨다. 기름을 치고 또 쳤음에도 ‘덜커덕’거리는 소음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꿈결에도 재봉틀 소리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어머니는 두툼한 바지 하나를 내놓았다. 양 어깨에 멜빵끈을 두르게 한 그 바지는 구슬치기를 할 때 아이들이 한마디씩 내던지는 바람에 한번 입고 말았던 것 같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 직후 무용단에 차출되자 붉은색 체크무늬 상의와 흰 짧은 바지로 된 단복을 어머니는 몇날 밤을 지새우며 재봉틀을 돌려 만드셨다. 하지만 그 옷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붉은 색상 때문에 창피하다며 무용단을 그만두면서 결국 주인을 잃고 사라졌다. 그래서 시골집 머리맡을 지키고 있던 재봉틀은 항상 어린 가슴에 상처만 안겼던 흉물처럼 여겨졌다.

어머니가 다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골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날, 아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어머니의 흔적으로 재봉틀을 집에 갖다놓고 싶단다. 비록 아파트에 살지만 거실 한모퉁이에는 60년도 더 된 재봉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벌써 밤이면 재봉틀을 들여놓기로 한 빈 자리에서는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5-08-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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