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늘종/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마늘종/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5-06-22 00:00
수정 2005-06-22 08: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노란 나비들이 갓 태어나 장다리꽃 주변에서 위태롭게 펄렁거릴 때이니, 바로 지금쯤입니다. 고샅길 아래 텃밭을 지나치노라면 맵싸한 마늘 향기가 짙게 배어나곤 했습니다. 지금처럼 하우스가 들어서 절기를 바꾸기 전에는 보리가 탱글탱글 익어갈 때가 바로 마늘종을 뽑을 적기였지요.

마늘종이 뭐냐고요? 있잖아요. 이 무렵 밥집 가면 작은 멸치 넣고 달게 볶아내는 푸릇한 반찬거리. 그게 마늘종인데, 바로 마늘의 꽃줄기이지요. 그걸 쏙쏙 뽑아 더러는 장아찌도 만들고, 또 한 움큼씩 단을 지어 팔면 봄철 가용으로도 제법 쏠쏠합니다. 이 매운 ‘쫑’이 또한 춘궁기 요깃거리가 되기도 했는데….

학교 마치고 돌아오는 허기진 아이들, 아무 텃밭에나 들어가 마늘종을 뽑아 먹습니다. 주린 속에 매운 것도 잊고 그걸 먹어대다 보면 나중에는 뱃속이 아려 한참을 길가 풀섶에 앉아 매운 맛이 가시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때, 허기와 아린 맛에 노랗게 가라앉은 내 눈 앞에서 날갯짓 서툰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던 모습이 또렷하게 되살아납니다. 한 날, 아내가 무쳐낸 마늘종 반찬을 대하자니 떠오른 옛 생각입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06-2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