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활자문화 진흥법/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활자문화 진흥법/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5-06-09 00:00
수정 2005-06-0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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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에 문자를 발명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 나오는 이집트 타무스왕의 이야기를 보면 부정적이다. 타무스왕은 발명의 신인 테우스를 초청해 그의 발명품들에 대해 얘기를 듣는다. 테우스는 그가 발명한 문자를 소개하며 “문자를 널리 보급한다면 이집트인들의 지혜와 기억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추천한다. 그러나 타무스왕은 즉각 반대한다.“문자를 습득한 사람들은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 오히려 더 많이 잊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기억을 위해 내적 자원보다 외적 기호에 의존하게 돼 실제로는 무지하면서도 지식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게 되고, 그 결과 진정한 지혜 대신 지혜에 대한 자만심으로 가득차 장차 사회에 짐이 될 것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타무스왕의 생각은 틀렸다. 그는 사람들이 문자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자체만 주목했지, 문자를 통해 ‘무엇’을 기록할까 하는 문제는 전혀 고려치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문자를 통해 지식과 생각을 기록한다. 축적된 지혜의 엄청난 힘을 타무스왕은 간과했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닐 포스트먼은 인쇄물은 인간에게 논리, 순서, 역사, 설명, 객관성, 중립, 규칙 등의 가치를 전수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 TV는 현재성, 동시성, 친밀감, 즉각적 만족, 빠른 정서적 반응을 주는 매체다. 최신의 매체인 컴퓨터는 영상매체의 특성에 개별성, 자기중심주의의 성격을 더한다. 그런데 TV와 컴퓨터의 문제점은 중독성으로 인해 매체 고유의 특성이 인간에게 극단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TV를 많이 보는 사람이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공격적이며 즉흥적이고 스트레스가 높다는 조사결과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TV안보기 운동이 일어나고 컴퓨터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이에 대한 사회적 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급기야 ‘문자·활자문화진흥법안’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문자·활자가 ‘보호대상’이 될 정도라니 씁쓸하다. 그러나 남의나라 얘기가 아니다. 법안제정 근거가 되고 있는 젊은층들의 신문 이탈현상은 국내도 일본 못지 않다. 국어능력 저하현상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자각만으로는 부족하다.‘지혜’의 구출을 위해 우리도 행동할 때가 되었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yshin@seoul.co.kr

2005-06-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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