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방어보행/문소영기자

[길섶에서] 방어보행/문소영기자

입력 2005-05-19 00:00
수정 2005-05-1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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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와 운전자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운전학원 선생은 도로연수를 끝내면서도 “혼자 절대로 운전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 교통신호와 정지선 준수는 물론, 좌·우회전, 중앙선 안넘기 등 어느 하나 만족스럽게 잘해내지 못한 실력을 염려한 탓이다.

평소 자가용 차량이 교통신호를 무시하거나, 정지선을 지키지 않거나, 보행자를 위협하는 듯 급정거하는 차량을 보면 단순히 “운전습관이 나쁘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고 보니 나 같은 초보 운전자들, 또는 간신히 초보를 벗은 운전자도 당당히 도로를 달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 면허는 ‘1종 보통’이다. 장롱면허 15년으로 무사고운전자로 기록된 덕분이다. 더 쇼킹했던 일은 90년대에 운전면허를 딴 회사 선배는 자동차회사 영업맨에게 단 2시간의 도로연수(?)를 받고 시내주행했다는 것이다.

‘역지사지’해 본 탓에 지금 횡단보도에서도 자동차를 보면 불안해진다. 좌우로 차량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지 않다가, 미숙한 운전자로부터 불시의 습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됐다. 차량들이 방어운전하듯이 사람들은 ‘방어보행’을 해야 할 듯하다. 서글프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5-05-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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