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軍의 고객은 국민이다/김경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軍의 고객은 국민이다/김경홍 논설위원

입력 2005-04-30 00:00
수정 200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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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민들은 군에 대한 인식에서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안보와 관련해서 군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안보나 국방은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 즉 국가나 군의 책임이라는 투다. 국방의 의무만 해도 그렇다. 남의 자식이 군대에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기 자식이 군대에 가는 것은 뭔가 억울하다는 부모들도 많다.

김경홍 논설위원
김경홍 논설위원 김경홍 논설위원


병역을 마친 남자들은 군대시절 얘기만 나오면 온갖 허풍을 보태 입에 거품을 문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전부 기합을 받았다거나 군기가 셌다는 등 고생한 얘기뿐이다. 듣는 사람은 군은 고생하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드러난 훈련소 인분사건은 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백번 잘했더라도 한번 잘못으로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이치다.

최근 한 장교는 “군인이 죽으면 전부 의문사”라고 말했다. 사인이 분명히 드러난 사건도 유족들이 수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사회의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가운데 군에서도 자살 사고자가 연평균 50명에 이른다. 일반이 보기에는 신체건강한 청년이 군대에 갔는데 자살했다면 군당국을 원망할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한해에 20∼24세의 일반인 남자의 자살자는 10만명당 15.7명이었다. 같은해 군의 자살자는 43명으로 10만명당 9.8명이다. 군의 자살률이 일반의 자살률보다 훨씬 낮다. 군 관계자는 “군대보다 일반사회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통계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군에서 자살자가 생길 때마다 매도당하는 것을 볼 때 군이 다소간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수치비교만으로는 곤란한 부분도 있다. 군인으로 입대한 청년들은 일단 신체건강했고, 자살 동기에 군대부적응이나 상관이나 동료사병의 가혹행위 등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나 여건, 장병들의 심리상태를 잘 관찰한다면 일반사회보다 훨씬 더 자살자를 줄일 소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달 초 취임한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이 육군의 변화를 지시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군의 고객은 국민”이라는 전제 아래 대국민 감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라고도 했다. 김 총장이 육군의 CEO로서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김 총장이 육군의 CEO로서 고객중심의 적극적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변화는 바람직스럽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육군의 개혁과제는 많다. 과학군, 정보화 군으로 변모하자면 조직개편과 인사, 교육시스템 등 전반적인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과제는 군으로서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과제다. 첨단군으로 변모하자면 결국은 병력을 줄이되 첨단장비와 무기체계를 갖추는 길밖에 없다. 병력을 줄이는 것보다는 첨단장비를 갖추는 것이 훨씬 돈이 더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군이 강해지려면 돈이 더 들 수밖에 없고, 돈을 더 얻어내려면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필수적이다. 국민이 고객이라면 고객감동과 고객만족이 필요한 이유다.

육군 혁신기획단이 고객만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군 부적응 병사들의 휴근명령제나, 복무지역 선택지원제, 장애인의 군무원 채용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도입된다면 장병들의 사기나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안보나 국방이 군인들의 몫만은 아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안보가 튼튼한 안보다. 국민들이 군을 신뢰하지 않고서는 강군은 존재할 수 없다. 군과 국민들이 서로 감동을 주고받으며 한걸음 더 다가서기를 기대한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2005-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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