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독도, 위기의 순간에 대비를/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열린세상] 독도, 위기의 순간에 대비를/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입력 2005-04-14 00:00
수정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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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교과서가 식민지배를 정당화하여 문제가 된 지 20여년이 넘었다. 한때 전향적인 교과서 서술이 시도되기도 했으나 1995년 일본의 사회당 당수인 무라야마 총리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를 정점으로 오히려 훨씬 심각한 극우화의 길을 달리고 있다. 그나마 교과서 문제는 역사적 사실의 선택과 해석에 있어서 다양성의 가능성을 남긴다는 점에서 학술적 검토의 여지가 있지만, 공민교과서로 옮겨 붙은 독도영유권 문제는 가부의 결단을 향해 치달아 나가는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불안으로 모는 것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의 절묘한 타이밍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주장하는 근거인 시마네현에의 편입은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2월 22일에 일어났다. 육전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둔 일본군이 바야흐로 동해에서의 일전을 앞두고 있을 때이다. 이미 일본은 한일의정서를 강요하여 대한제국의 어느 지점이든지 수시로 군사적 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영토를 유린한 상태였다. 일본이 추천한 미국인 친일파 스티븐스가 외교고문이 되어 대한제국은 외교권도 침해당했다. 대한제국 국토 전체의 안위와 주권 자체가 유린된 위기의 상황에서 일본의 시마네현이라는 한 지방이 독도를 현에 소속시키는, 자기들만 아는 고시를 발하였다. 일본의 한 지방이 발한 고시가 무슨 국제적 외교적 의미를 지닐까마는 곧이어 진행된 외교권의 탈취와 보호국화, 그리고 일본의 한국병합에 의하여, 독도는 최초로 침탈당한 한국의 영토로서, 병합에 의한 전국토 탈취의 전초요, 상징이 되었다.

일본이 패전한 뒤 전후처리를 위한 강화회담이 195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일본의 적극 반대로 우리나라는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석할 수 없었던 이 회의에서, 애초 연합국 측의 초안에 한국영토로 되어 있던 독도가 일본의 적극 로비로 인해 본안에서는 분명하게 명기되지 못했다. 이후 일본은 이를 빌미로 독도영유권 분쟁을 야기했다. 우리가 남북으로 분단된 뒤 6·25전쟁이 일어나고 전후복구에 경황이 없어 제대로 국토를 보살필 겨를이 없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30여년 동안 극심한 무역역조를 겪은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당했다. 이웃나라 한국의 위기에 대하여 일본 금융기관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앞장서서 투자액을 회수해 감으로써 위기를 부채질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일본정부는 1965년 체결한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외환위기의 극복을 위해 일본의 협조가 절실했던 우리나라는 일본의 안을 받아들여 독도를 한·일간의 공동어업수역에 넣고 말았다. 어업협정이므로 영토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애써 자위하면서.

그로부터 이제 불과 6년여, 일본은 본격적으로 독도영유권을 주장한다. 미·일동맹의 강화가 그 배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와 그들 나라와의 영토분쟁을 위한 전초전과 같은 느낌도 주고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계기로 국가의 재도약을 꾀하려는 일본으로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독도문제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되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할지 모른다.

문제는 미래에 올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다. 북핵문제가 원만한 결론을 맺지 못하거나 또는 북한정권의 붕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경우의 위기이다. 상대의 위기를 기다리면서 치밀하게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가는 일본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공민교과서에 올린 주장을 관철하려 들지 모른다. 독도위기의 해법이 결국 한·일간의 교류와 상호이해밖에 없다는 방향으로 흐를 것을 뻔히 알고 또 동조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온축된 상호이해가 한순간에 허물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위기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이웃의 과거행적 때문이다. 나쁜 이웃과 함께 사는 게 불행이라는 한탄은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는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대책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2005-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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