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 빛깔/신연숙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봄 빛깔/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5-03-11 00:00
수정 2005-03-1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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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봄은 연초록과 주황 빛깔로 기억된다. 쑥이며 냉이를 바구니 가득 캐서 내집처럼 들락거렸던 큰집 큰어머니께 갖다드리면 “아이구, 많이도 캤구나.”하며 탄성으로 반겨주는 칭찬이 좋아서 동무들과 또다시 논두렁으로 나가곤 했다. 아직 잡초는 싹이 덜 나와 덥수룩이 덤불을 이루고 있는 논두렁에 쑥과 냉이, 씀바귀 따위만은 연초록 잎을 숨기고 있었다. 덤불을 제치고 봄나물을 찾는 것은 연초록색 이파리 사냥 같은 것이다.

이럴 때 겨울잠에서 깨어나 따스한 봄볕을 즐기고 있는 꽃뱀 똬리는 경악의 대상이다. 화들짝 놀라 바구니도 못챙기고 뒷걸음질쳐도 징글맞은 주황빛 뱀살은 뇌리에 선명히 박혀 오랫동안 소름을 돋게 했다. 허옇게 말라가는 뱀허물도 혼을 빼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북 어린이 퀴즈대결 TV프로그램에서 동물과 풀 이름을 거의 맞히지 못하는 남쪽 어린이들을 본다. 저 어린이들은 자라서 어떤 유년의 기억을 갖게 될까에 생각이 미친다. 그래도 봄 빛깔 정도의 기억은 갖고 있는 내 경우는 다행이라고 할까.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되돌려주는 방법이 이 시대엔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5-03-11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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