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자기만의 방/신연숙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자기만의 방/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5-03-01 00:00
수정 200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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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드라마에 딸을 결혼시킨 어머니가 혼인날 들어온 부조금을 자신의 몫으로 챙기는 장면이 나왔다. 이보다 앞서 있었던 아들의 결혼 때는 부조금을 알뜰히 챙겨 아들에게 주었던 어머니인지라 가족들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어머니의 심경변화에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땅의 어머니 시청자들은 단번에 그 심정을 헤아렸으리라 본다. 평생 남편과 자식을 위하는 데만 몸바쳐 온 어머니가 막내를 떠나보내고 더이상 마음 기울일 데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엄습해 오는 박탈감이랄까, 결핍감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것 말이다.

영국의 여성주의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가 아니라도 여성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적, 경제적 언덕이 필요하다. 그것은 남성이라도 마찬가지일 터. 그 어머니는 이제 난생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자기자신을 위해 재화를 써보게 될 것이다. 어색하고 몸은 늙어 마음같지 않을 테지만 아주 늦은 것은 아니다.

더 늦기 전, 자기만의 방을 준비하기,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5-03-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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