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영 ‘공존’
엄윤영 ‘공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생목(生木)들의 화첩
항상 높은 데 있는 구름의 제국은 쉽게 무너진다.
단순한 생각을 뭉치며 물 흘러가고
검은 바위를 열어젖히고 들풀이 돋는다
짐승의 발과 내 공상은 늘 고전적이다
그러나 나무는 현재에 살고 있다.
햇빛의 죽비 소리에 바위는 잠 깬다
들풀의 온기로 바위는 피가 돈다
모든 의문의 문을 밀고 사람들이 문밖으로 걸어 나오고
확신을 가진 계절은 제 가슴에 꽃을 피워 들고 들판을 건너간다
단순한 기쁨에도 즐거워지는 나무
그래서 나무는 잠마저 수직이다
2005-02-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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