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들의 친구/이용원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들의 친구/이용원 논설위원

입력 2005-02-01 00:00
수정 2005-02-0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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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대학 동기가 모친상을 당했다.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라서 장례식장에 모인 우리 동기들은 궁금한 게 많았다. 밤이 깊어 문상객이 뜸해지자 상주를 붙잡아 놓고 이 얘기 저 얘기 나누었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 2시를 넘겼는데 남은 문상객이라고는 우리뿐이었다.

어느 상가를 가봐도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역시 상주의 친구들이다. 친구라고 해 봐야 평상시 얼굴 보기 힘든 세상이니, 만사 제쳐 두고 가게 되는 상가는 귀한 만남의 장소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주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장례 전후의 어려움을 상의해 주는 것도 결국은 친구의 몫일 터이다.

상가를 나와 귀가하는 길에 몇년전 아내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아들 녀석은 친구가 많아 툭하면 집에 데려와서 밤을 보냈다. 아무리 어린 손님이라도 비좁은 아파트에 객식구가 끼면 여러모로 불편한 건 당연하다. 아내는 먹을 거며 잠자리며, 그 친구 집에 연락하는 일까지 일일이 챙기면서도 “친구를 너무 자주 데려온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한마디했다.

“이봐요, 나나 당신이 죽으면 영안실에 와서 밤새 줄 사람이 바로 저 녀석들이야.”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2-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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