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로스쿨 유치경쟁/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열린세상] 로스쿨 유치경쟁/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입력 2004-12-21 00:00
수정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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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로스쿨 도입을 결정한 다음 이를 유치하기 위한 대학간 치열한 경쟁양상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경쟁이라지만 교수를 증원하고, 교육시설을 확충하는 정도일 것이다. 사법개혁위원회는 로스쿨 정원에 대하여 단일안을 내지 못하고 다수안과 소수안을 제시하였을 뿐인데도 마치 1200명이 정원으로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어서 대학간 경쟁을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언론보도는 로스쿨 도입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위험성도 있다.

로스쿨 도입은 주지하다시피 현행 법학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우리의 사법제도를 한 단계 선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로스쿨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법조계와 법학계 모두가 이러한 책무를 지고 있으며, 국민들도 이 문제를 대학간 경쟁의 차원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을 받은 법률가를 배출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도입단계에서 고도로 완성된 형태의 로스쿨이 등장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기대이며, 선진국 법학교육의 최고기준을 제시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현재의 교육수준보다 높고 다양한 교육을 하며, 사법시험제도의 병폐를 조금씩 제거해 나가는 형태라면 로스쿨은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액의 학비문제를 들어 계층간 신분이동을 더욱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사법시험이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점을 인정하고 이를 지속시키는 것이 정당하다는 시각이다. 분명히 신분상승의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는 경직되기 쉽다.

그러나 로스쿨의 학비가 학부 등록금보다 비싸질 가능성은 높지만 경제적 이유로 로스쿨 진학을 포기할 만큼 고액의 등록금이 책정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장학제도와 대여금 제도 등 많은 학비 조달방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로스쿨 문제를 이데올로기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동시에 로스쿨을 도입하려면 지방발전 차원에서 배려를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나 차제에 사법의 분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로스쿨을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를 연계시키면서 이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주장 역시 과도하다. 로스쿨을 지방에도 설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하여 무리하게 지역간 안배원칙을 따를 경우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로 교육이 훼손될 것이다. 법학교육의 내용을 다양화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법의 지방분권화 역시 로스쿨 도입과 연계시킬 문제가 아닌 거대담론이다.

로스쿨이 도입될지 모른다는 예상으로 인하여 우리의 법학교육은 최근 상당한 정도로 발전하였다. 교수를 증원하였으며, 교육시설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한 대학이 적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하여야 할 것은 로스쿨 도입이 대학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원문제가 핵심사항인 점을 인정하지만 모든 대학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신청하는 대로 무한정 인가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현재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보다는 많은 적정한 규모의 정원이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처럼 너무 많은 정원은 수많은 불합격자를 낳을 것이고, 이들이 누적되면 또다시 고시낭인이 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사법시험 합격자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상을 유지하면서 교육의 틀만 바꾼다면 로스쿨 도입의 진정한 목표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수의 로스쿨 정원은 다시금 변호사자격시험 합격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항으로 부각될 것이어서 교육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로스쿨의 실패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2004-12-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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