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경제회생 발목잡는 복지부동/강충식 공공정책부 기자

[오늘의 눈] 경제회생 발목잡는 복지부동/강충식 공공정책부 기자

입력 2004-12-17 00:00
수정 2004-12-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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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자로부터 흐뭇한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복지부동(伏地不動) 공무원 처벌한다’는 서울신문 기사가 후련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 중년 독자의 전화를 받고서는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독자의 울화통 터지는 사연을 들어보자.

그는 자신이 소유한 상업지역 토지에 1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현행법에는 21층 이상일 경우에만 건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돼 있을 뿐 20층까지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12층 이상은 허가해 줄 수 없다며 막무가내였다. 그 건물이 들어서면 인근 주민들로부터 일조권과 조망권이 침해됐다고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불허가 사유였다. 그 공무원은 “행정소송을 하면 우리가 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기자는 그 독자에게 대뜸 “소송을 하지 그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듯 “장사 하루이틀 할 것도 아닌데 담당 공무원과 송사까지 해서 득될 것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12층 이하로 지으면 오히려 손해고,18층은 허가가 안 나 땅을 놀리고 있다면서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그 독자가 1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돈보따리가 풀리면서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겠는가.

그런데도 감사원에 적발된 공무원의 복지부동 유형은 그야말로 가관이다.120억원어치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뒤 공장을 지으려 했지만 근거에 없는 서류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공무원이 경제회생에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발목만 잡고 있는 셈이다. 일선 공무원의 이같은 자세를 시정하지 않는 한 정부가 복안으로 삼고 있는 신뉴딜정책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10년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은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평가했다. 그가 지금 관료를 평가한다면 4류로 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강충식 공공정책부 기자 chungsik@seoul.co.kr

2004-12-17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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