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핵 불확실성을 관리하라/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시론] 북한핵 불확실성을 관리하라/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입력 2004-12-01 00:00
수정 2004-12-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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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서 북한핵 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해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북한핵 해결을 위한 다자간 접근으로 6자회담이 다시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명예논설위원
지금까지 북한핵 회담은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해 왔다.TV에서 특사들과 장관급 각료들의 웃음 띤 악수는 많이 보이지만, 정작 북한핵 위기가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는 정말 어렵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진정으로 북한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아심이 들 정도다.

북한핵 위기의 본질은 북·미관계이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 남한이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격의 위치에 놓여 있기에 긴급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핵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북한핵 불확실성을 통해 각기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김정일정부와 부시정부 사이의 이율배반적인 정치적 이해타산에 있다. 왜냐하면 북한핵 불확실성이야말로 김정일정부의 생존 기반이며 부시정부의 대동아시아 개입전략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 누구도 모른 채 당분간 지속되는 게 북한에는 유용할 수가 있다. 만약 북한이 핵개발 능력이 없고 그래서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면,‘선군정치’의 오기로 버티는 김정일 정부는 그야말로 이라크의 후세인 정부에서 보듯이 정권 안보상의 취약성을 면하기 어렵다. 아무리 중국의 뒷받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미국 지배의 일극패권적 국제사회에서 지금처럼 내놓고 미국에 뻗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실하게 검증되는 것도 북한에 결코 이롭지 않다. 일본과 남한 사회에서 반북·반핵 운동이 일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남북한 경제협력과 북·일간 국교정상화는 물 건너 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국은 확실하게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게 되어 북한핵은 그야말로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변하게 된다.

남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6개국이 북한핵을 의제로 삼아 자주 만나지만, 모두의 이해관계는 북한핵을 통해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가늠하고 자국의 국제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북한핵을 앞에 내세우고 그 이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찾아 서로 탐색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벌이는 게 6자회담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북한핵 6자회담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북한핵 불확실성에 덩달아 불안해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오히려 북한핵 불확실성이 실재적이고 현재적인 위기로 비화되어 나가지 않도록 지혜롭게 관리하면서 기존의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북·미 및 북·일관계 개선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한 틈새를 노리는 것이 우리의 외교 과제가 된다. 북한이 언제든 핵무기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불확실하게 해 둠으로써 언술로는 북한핵 위기를 운위하면서도 실제로는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안정을 도모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남한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경제원조의 실리와 체제안정을 보장받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태의 진전이 그렇게만 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핵의 불확실성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핵 해결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러한 토대 위에서 북한체제의 안정과 그 결과로서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사실상의 안정’을 어떻게 도모해 나갈 것인가도 우리의 대북정책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2004-12-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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