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새마을에 대한 기억/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새마을에 대한 기억/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4-10-08 00:00
수정 200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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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와 정계에 몸담았던 모 인사가 최근에 펴낸 책을 읽다가 이 대목에 눈길이 머물렀다.“(박 대통령은)특히 명치유신 때의 지사들을 존경…(중략)총독부의 아다라시이 무라 쓰쿠리(새로운 마을 만들기)정책과 새마을운동의 유사성도 있다.” ‘박통’이 ‘일본통’인 것은 다 아는 일이지만,그가 “밤잠을 설쳐가며 창안했다.”던 새마을운동의 시원이 조선총독부의 식민정책에 닿아있다는 데서 맥이 풀렸다.

문득 아린 기억이 되살아났다.어느 해 추수를 끝낸 늦가을,시멘트를 가득 실은 ‘오가다 도라꾸’가 마을로 들어오고,누대의 애환이 층층 켜를 이룬 초가지붕이 훌러덩 벗겨져 나갔다.볏짚을 이겨 쌓은 토담도 볼 것 없다는 듯 자빠뜨렸다.그 자리에는 슬레이트 지붕과 블록담장이 생겼고,담벼락에는 ‘반공 방첩’이나 ‘무찌르자 공산당 쳐죽이자 김일성’ 등속의 선전구호가 살벌하게 그려졌다.

그해 겨울은 추웠다.이엉 대신 홑겹의 슬레이트를 얹은 집은 겨우내 외풍이 들어 아무리 구들을 덥혀도 코가 시렸다.그런 집 꼬락서니에 울화가 치민 할아버지는 한 날,마을을 찾은 점잖은 면장에게 삿대질을 하고 말았다.“한겨울에 지붕을 걷어내다니,이런 똥물에 튀겨 쥑일 인사 같으니….”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4-10-08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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