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행정수도 이전 ‘政論’ 벗어나야

[자문위원 칼럼] 행정수도 이전 ‘政論’ 벗어나야

입력 2004-07-20 00:00
수정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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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하여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이와 관련하여 대통령과 청와대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몇몇 언론이 여론몰이를 통해 행정수도 이전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언론책임론을 제기했다.

심지어 청와대의 국내언론비서관실은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내용 분석결과를 제시하면서 이들 신문의 보도내용은 가치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했으며,비일관적이고 특정 정파에 치우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청와대가 ‘왜’ 언론책임론을 제기했는지 그 정확한 배경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여기에는 ‘언론은 힘이 있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즉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신문들이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집중 보도하고 있으며,국민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여론의 변화가 신문의 부정적 보도 태도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왜냐하면 이러한 판단을 하려면 언론의 보도내용 분석 결과와 수용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 그리고 정책에 대한 수용자의 평가에 관한 서베이 분석 결과를 종합해서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적 검증에 앞서 언론의 보도로 인해 여론이 변화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언론은 특정한 이슈를 강조함으로써 공중의 논제를 결정하며(의제설정 효과,agenda setting),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에 기준이 되는 ‘용어나 개념의 집합’을 결정할 수 있다(점화 효과, priming).

예를 들어,행정수도 이전은 통일과 안보는 물론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 국가적 중대사임에도 불구하고,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표심을 노린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적으로 이루어진 입법이므로 정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한다고 가정하자.이 경우 국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인식하지만(의제설정 효과),정책 추진 주체가 내세우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 해소’와 ‘지역간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보다는 언론이 제기하는 ‘국민의 참여 없는 일방적 추진’을 잣대로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점화 효과).

더구나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실시한 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 3사가 차지하는 중앙일간지 시장점유율은 75.2%로서,응답자 4명 중 3명이 이들 3개지를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신문들이 여론 형성 혹은 여론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높다.하지만 이들 매체는 정치적 편파성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며,언론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청와대가 제기한 언론의 의도적 왜곡이라는 문제제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정론’(政論)을 벗어나 ‘정론’(正論)을 지향한다면 언론책임론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을 것이다.
2004-07-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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