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위기증후군/오승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위기증후군/오승호 논설위원

입력 2004-07-20 00:00
수정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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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외환 위기를 겪게 된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제시된다.차입 위주의 방만한 기업경영,금융기관의 대규모 부실,섣부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따른 금융시장 조기 개방 등이 그 예다.일본계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기관에 빌려준 돈의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고 대출금을 급격히 회수한 것을 결정적 이유로 드는 이들도 있다.외환 위기의 직접 원인을 꼭 짚어 말하기는 힘들다.하지만 당시 내로라하는 연구기관들이나 경제학자,언론 등이 ‘위기 증후’를 발견하거나 경고하지 못해 추후 자성했던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수출 호조와 이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확대,외환 보유액 등의 지표를 들어 경제 위기론을 경계하거나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반면 언론은 민간 연구기관 등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경제가 어려우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한다.경기회복의 관건인 기업의 설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 영 심상치 않다고 지적한다.기업이 투자를 미루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돈을 투자해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우리의 미래가 그만큼 불확실하다고 보는 것이다.가계 소비도 마찬가지다.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빚 갚기에 주력할 뿐,구매는 자제한다.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이 늘어나야 닫힌 지갑이 열릴 텐데,그럴 여건이 못된다.그뿐인가.부동산 값이 떨어져도 사는 이들이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소비 활동을 할 수가 없는 구조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지난주 세미나에서 경제 위기론과 관련,‘위기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썼다.그는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펼치는 공무원과 언론,학계에는 위기 증후군이라는 일종의 내적인 강박 관념의 병적 증세가 존재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현재의 상태는 경제 위기가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3∼4%대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더 문제인 것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이런 상황에서 경제 위기라는 용어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업계에서는 이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자신감을 보여줄 것을 바라고 있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2004-07-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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