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명 정치인들은 말재주가 뛰어나다.촌철살인(寸鐵殺人)의 대가답다.상대방을 정치언어(political language) 한 방에 날리기도 한다.2차 대전의 영웅 아이젠하워가 1952년 미국 대선에서 내건 주요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는 “고 투 코리아(go to Korea)”였다.“한국에 가겠다.”는 뜻보단 “한국전쟁을 종결짓겠다.”는 의지가 강했음은 물론이다.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한 것도 정치언어로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말을 통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선호한다.그의 화법은 정치의지를 강하게 표현하는 정치언어보다 수사학(rhetoric)적 측면이 강하다.조금 추상적이기도 하고,상징적이기도 하고,감정적인 부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적지 않은 유행어를 낳았다.“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지요.(검사들과의 대화)” “민원인들이 오르락내리락 속이 터진다.‘개××들 절반은 잘라야 돼.’라고 말한다.”(민원·제도 개선 담당 공무원과의 대화)” 등등.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이 분야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말 실수 같기도 하고,계산된 발언 같기도 하다.어쨌든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한 은유는 최고 걸작.암울했던 시절 곧잘 인용했던 경구(警句)다.통큰 모습과 자의적 해석도 선보이곤 했다.“이라크로 최소 1개 사단은 파병해야 한다.”(이라크 파병 관련)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북한에 대한 한국의 승리를 세계에 과시한 대사건”(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에 대해) 더 압권은 직설적 화법.23일간 단식을 했던 YS는 지난해 단식 중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방문,“굶으면 죽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YS는 ‘안풍사건’ 항소심에 대해서도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재판부는 강삼재 전 의원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안풍 자금이 YS의 비자금임을 내비쳤다.기자들이 이튿날 아침 상도동으로 몰려왔다.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잠 잘잤다.”는 한마디로 뿌리쳤다.이 사건의 진실은 YS만이 알고 있다.
역사앞에 떳떳할 수는 없을까.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말을 통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선호한다.그의 화법은 정치의지를 강하게 표현하는 정치언어보다 수사학(rhetoric)적 측면이 강하다.조금 추상적이기도 하고,상징적이기도 하고,감정적인 부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적지 않은 유행어를 낳았다.“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지요.(검사들과의 대화)” “민원인들이 오르락내리락 속이 터진다.‘개××들 절반은 잘라야 돼.’라고 말한다.”(민원·제도 개선 담당 공무원과의 대화)” 등등.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이 분야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말 실수 같기도 하고,계산된 발언 같기도 하다.어쨌든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한 은유는 최고 걸작.암울했던 시절 곧잘 인용했던 경구(警句)다.통큰 모습과 자의적 해석도 선보이곤 했다.“이라크로 최소 1개 사단은 파병해야 한다.”(이라크 파병 관련)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북한에 대한 한국의 승리를 세계에 과시한 대사건”(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에 대해) 더 압권은 직설적 화법.23일간 단식을 했던 YS는 지난해 단식 중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방문,“굶으면 죽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YS는 ‘안풍사건’ 항소심에 대해서도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재판부는 강삼재 전 의원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안풍 자금이 YS의 비자금임을 내비쳤다.기자들이 이튿날 아침 상도동으로 몰려왔다.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잠 잘잤다.”는 한마디로 뿌리쳤다.이 사건의 진실은 YS만이 알고 있다.
역사앞에 떳떳할 수는 없을까.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2004-07-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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