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시각] 금강산에 미래가 있다/김인철 통일안보

[전문기자 시각] 금강산에 미래가 있다/김인철 통일안보

입력 2004-06-18 00:00
수정 200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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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다녀왔다.”는 인사말에 주변의 반응이 영 심드렁하다.1998년 11월 금강산행 바닷길이 열린 후 남한 관광객이 60만명을 넘었으니 당연한 일.“육로로 다녀왔다.”는 말도 관심을 못 끌기는 마찬가지.“어제 새벽에 서울을 떠나 금강산에 갔다가,어젯밤 집으로 돌아왔다.” 이른바 ‘하루치기 관광’을 애써 강조하자 일본 등 외국도 하루에 왔다갔다 하는 세상인데 웬 호들갑이냐고 핀잔이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용천’을 봤다.” 예상했던 대로 금방 반응이 왔다.“어떻게,어땠어….” 질문이 쏟아졌다.정말이었다.금강산 당일관광을 한 지난 15일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서 폭발사고 직전의 용천과 진배없는 제2·제3의 용천을 만났다.군사분계선을 넘은 지 10분여만에 관광버스 차창 너머로 처음 마주친 봉화리마을을 비롯해 장전항 인근 양지마을,온정리마을 등등.단 한번도 페인트 칠을 한 적이 없는 듯 회색 일색의,낡은 1자형 단층주택과 3∼4층짜리 공공건물은 얼마전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 평북 용천의 모습,그대로였다.

“새마을운동을 하기 전인 1970년대 이전 우리 농촌을 보는 것 같다.” 구룡연으로 오르는 길에 만난 칠순 관광객의 촌평은 단순하면서도 적확했다.그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새나 소로 쟁기질을 하는 등 낙후된 영농방식은 그들의 생활수준을 미뤄 짐작케 한다고 주장했다.그렇다.금강산으로 가는 동해선 임시도로에는 우리가 걸어온 자취가 있다.오늘의 북한 주민은 20∼30년전의 우리이며,그들의 가난은 우리가 겪은 바로 그 가난이다.

이렇듯 금강산행 도로는 북한 경제의 살아 있는 교과서였다.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경제규모는 남한의 33분의1,국민소득은 15분의1이다.전체 경제규모가 남한의 3% 정도이며,1인당 국민소득은 818달러에 불과하다는 통계수치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동해선 임시도로다.그리고 그 체험은 남북간 경협이 왜 긴요한지를 생각케 한다.

“기자 선생,묻지만 말고 물건 좀 사시라요.” 유명한 삼록수 약수터에서 만난 북측 여성판매원의 상혼이 제법 그럴듯했다.북측은 한달여전부터 구룡연 등산로 4곳에 간이판매대를 설치하고 남측 관광객에게 ‘봉학맥주’‘은하수귤사탕’‘향사탕’ 등 10여종의 물건을 직접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등산로 초입 목란관 앞 대여섯개의 파라솔에는 관광객 20여명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맥주 등을 마시느라 소란스럽다.서울시내 유명 유원지 어귀에서 흔히 보는 정경과 다를 바 없다.북한이 자본주의 경제에 눈 떠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강산은 남북간 평화를 만들어내는 관광지가 될 것이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금강산 당일관광을 축하하는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그렇다.금강산은 북한에 자본주의 경제가 무엇인지 알게 하고,남북경협의 실효성을 확인시켜주는 성공의 장이 되어야 한다.

여름 휴가철 설악산 등 강원도를 찾을 피서객들에게 권하고 싶다.부모 형제 자녀와 함께 당일관광이든,1박2일이든 금강산에 다녀오라고 말이다.동해선 도로에 우리가 살아온 자취가 있다면,금강산엔 남과 북의 후손들이 함께 개척해야 할 미래가 있다.금강산 가는 길에서 기성 세대가 있는 힘을 다해 헤쳐온 역경을 확인하고,또 남북간 화해와 협력,나아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 보자.현대아산을 위해서도,화해·번영이란 거대담론을 주창하는 참여정부를 위해서도 아니다.바로 우리와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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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통일안보 ickim@seoul.co.kr˝
2004-06-18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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