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도칙이/심재억 문화부 차장

[길섶에서] 도칙이/심재억 문화부 차장

입력 2004-06-08 00:00
수정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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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칙이’라는 말의 뜻을 안 것은 최근이었다.자라면서 어머니는 내게 자주 “에고,이런 도칙이같은 눔…”이라며 나무라곤 하셨다.분위기로 미뤄 그게 욕심많고,심술궂으며,속 좁은 사람을 나무라는 말임은 짐작했지만,기실 정확한 뜻은 모르고 지나쳤다.

그러다 얼마 전,심심파적으로 ‘장자(莊子)’를 뒤적이다가 도척(盜蹠)이 노나라의 걸물 도둑이라는 걸 알았다.전에도 읽었던 대목이지만,그때는 ‘도척=도칙이’로 이어지지 않았다.그 도칙이가 공자와 만나 “도둑치고 너보다 더 큰 도둑이 없는데,사람들은 어찌해서 네가 아닌 나를 도척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힐난했다.헛된 말,거짓 행동으로 천하의 제후를 미혹한다는 이유였다.

얼마 전,또 한 사람의 젊은 선량(選良)이 수갑을 찼다.문득,어머니가 우둔한 자식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경계(警戒)를 떠올리며 안도한다.솜털 보송보송한 시절의 욕심많고,심술궂으며,용렬한 때는 못 벗었지만,천만 다행으로 빛나는 관(冠)을 쓴 ‘큰 도둑’은 면(?)했기 때문이다.입신에 목을 매는 세상,모두가 기를 쓰고 이루고자 하는 그 출세라는 것이 결국 ‘도둑’이 되는 일임에랴.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4-06-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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