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의 사실상 첫 작품이 나왔다.지난해 8월 대법관 제청파동으로 촉발된 사법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만들어진 사개위는 지난 2일 최종영 대법원장에게 지난해 처음 도입된 대법관 제청자문기구에 시민단체 대표 등 일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인사 3명을 참여시키는 등 자문기구 구성과 운영체계를 재정비하도록 건의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대법원은 사개위 건의안을 적극 수용,조만간 관련 내규를 개정한 뒤 오는 8월17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무제 대법관 후임자 제청부터 곧바로 적용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법부의 개혁을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에게 이번 사개위의 첫 작품은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물론 대법관 후보선정에서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우리 사법제도의 문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우리 사법부가 구체적인 재판에 있어서 공정하지 않고 대개 사회적인 약자보다는 기득권을 가진 강자에게 유리하며 국민들의 인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미흡하다고 느끼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며칠 전 한 대학의 법학연구소가 지역 청소년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61.2%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은 권력 또는 재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관청이나 법원에 호소하면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쪽의 답변은 21.4%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쪽은 41.4%에 달했다고 한다.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전관예우’,‘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들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으며 법조인들조차 이를 쉽게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개위가 그간 십수차례의 회의를 가지면서 로스쿨제도,배심제,참심제 등 여러가지 의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는 하다.하지만 이러한 사개위의 활동내용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눈에는 너무 한가해 보이고 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사개위의 접근방식에는 중대한 결함 한 가지가 있다.무릇 어떤 분야의 개혁이든 제대로 된 개혁을 하려면 문제점에 대한 조사와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따라서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사법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국민들이 느끼는 불만이 무엇인지 철저한 진단과 조사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재판당사자,재소자 등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설문조사,판사·검사·법원공무원 및 검찰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자체 설문조사,변호사 및 법학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양형 통계 분석을 통한 유전무죄·무전유죄의 실증분석,전관예우의 실재여부에 대한 조사,변호사선임여부나 변호사의 재판부와의 학연 및 지연 등이 재판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소정외 변론의 실태조사,각종 판결문의 공표비율에 대한 조사,변호사들의 사건 수임통로 실태조사 등 여러가지 실태조사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진단 결과 어떠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그러한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위원들이 그에 대한 해결방안에 관한 논의를 했어야 한다.그리고 도출된 해결방안을 다시 국민들에게 제시하여 공감을 얻은 후 이에 기초하여 바람직한 사법의 청사진을 제시하였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선행절차를 생략한 채 금년 8월의 대법관 후보제청에 쫓기듯 대법관 제청절차에 관한 미시적인 개선방안을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것은 실망스럽다.
지난해 10월 말에 설치된 사개위의 활동시한이 올해 연말까지로 정해져 있으므로 이미 정해진 활동기간의 절반이 지난 셈이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사개위는 막연하게 의제를 설정한 후 위원들간의 난상 토론을 통해 개혁안을 도출해 내려 해서는 아니된다.그래서는 탁상공론에 공염불이 되기 쉽다.이제부터라도 사개위는 광범위한 실태조사 및 여론수렴에 나서 사법개혁논의의 토대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그래야만 비록 이번 사개위의 활동이 혹시 미완으로 끝나더라도 그 존재 의의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주영 前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변호사˝
하지만 사법부의 개혁을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에게 이번 사개위의 첫 작품은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물론 대법관 후보선정에서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우리 사법제도의 문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우리 사법부가 구체적인 재판에 있어서 공정하지 않고 대개 사회적인 약자보다는 기득권을 가진 강자에게 유리하며 국민들의 인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미흡하다고 느끼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며칠 전 한 대학의 법학연구소가 지역 청소년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61.2%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은 권력 또는 재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관청이나 법원에 호소하면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쪽의 답변은 21.4%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쪽은 41.4%에 달했다고 한다.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전관예우’,‘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들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으며 법조인들조차 이를 쉽게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개위가 그간 십수차례의 회의를 가지면서 로스쿨제도,배심제,참심제 등 여러가지 의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는 하다.하지만 이러한 사개위의 활동내용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눈에는 너무 한가해 보이고 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사개위의 접근방식에는 중대한 결함 한 가지가 있다.무릇 어떤 분야의 개혁이든 제대로 된 개혁을 하려면 문제점에 대한 조사와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따라서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사법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국민들이 느끼는 불만이 무엇인지 철저한 진단과 조사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재판당사자,재소자 등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설문조사,판사·검사·법원공무원 및 검찰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자체 설문조사,변호사 및 법학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양형 통계 분석을 통한 유전무죄·무전유죄의 실증분석,전관예우의 실재여부에 대한 조사,변호사선임여부나 변호사의 재판부와의 학연 및 지연 등이 재판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소정외 변론의 실태조사,각종 판결문의 공표비율에 대한 조사,변호사들의 사건 수임통로 실태조사 등 여러가지 실태조사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진단 결과 어떠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그러한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위원들이 그에 대한 해결방안에 관한 논의를 했어야 한다.그리고 도출된 해결방안을 다시 국민들에게 제시하여 공감을 얻은 후 이에 기초하여 바람직한 사법의 청사진을 제시하였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선행절차를 생략한 채 금년 8월의 대법관 후보제청에 쫓기듯 대법관 제청절차에 관한 미시적인 개선방안을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것은 실망스럽다.
지난해 10월 말에 설치된 사개위의 활동시한이 올해 연말까지로 정해져 있으므로 이미 정해진 활동기간의 절반이 지난 셈이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사개위는 막연하게 의제를 설정한 후 위원들간의 난상 토론을 통해 개혁안을 도출해 내려 해서는 아니된다.그래서는 탁상공론에 공염불이 되기 쉽다.이제부터라도 사개위는 광범위한 실태조사 및 여론수렴에 나서 사법개혁논의의 토대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그래야만 비록 이번 사개위의 활동이 혹시 미완으로 끝나더라도 그 존재 의의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주영 前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변호사˝
2004-06-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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