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그 자리/우득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그 자리/우득정 논설위원

입력 2004-05-26 00:00
수정 200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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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꽂힌 책들을 뒤적이다 10년 전쯤 표지 뒷면에 친필로 쓴 내 이름과 함께 받았던 은사의 ‘눈뜸과 귀뜸 글’ 모음집에 손길이 머물렀다.건성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니 ‘겉돌아버린 강의들’이라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1978년 학구열과는 거리가 먼 제자들의 시선을 대하며 2학기 강의를 마친 뒤 소회를 담은 글이었다.

“저 친구의 옷차림이 왜 저리 남루할까 싶어 곰곰이 살펴보면 멋을 부리기 위해 일부러 사입은 블루진이 아닌가!… 국산 담배지만 가장 비싼 브랜드인 ‘썬’을 꼬나 물고,1000㏄짜리 생맥주 잔을 기울이며,‘고우 고우’ 음악을 들어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든가?”

선생님은 그러면서 1950년대 중반 남대문시장에서 산 염색한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고 다니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당신의 학창시절과 비교하시며 씁쓰레해 하셨다.

며칠 전 대학 동창 몇명이 모여 젊은이들의 의식구조와 행태를 나무라며 열을 올렸다.그중에서도 대학 교수인 녀석이 가장 흥분했던 것 같다.우리도 그 시절 은사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4-05-26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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