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가족 규정 이분법적 사고 버려야/송혜림 울산대 가정복지 교수

[반론] 가족 규정 이분법적 사고 버려야/송혜림 울산대 가정복지 교수

입력 2004-05-25 00:00
수정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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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5월20일자 ‘열린 세상’에 임옥희 여성이론문화연구소 공동대표의 “두 얼굴의 ‘건강가족법’”이라는 글이 기고되었다.이 글은,보건복지부가 제정한 ‘건강가족법’에 따르면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가족만이 정상가족이며 건강가족이라는 점,한부모가족·독신가구·동성가족 등은 병든 가족이 되어 버린다는 점,이혼하려는 사람은 건강가정사의 이혼삼담을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비판했다.

먼저 지난 2월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법은 ‘건강가족법’이 아니라 ‘건강가정기본법’이다.이 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이름에서 내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오해를 해 왔다.내용에 관한 근본적인 오해는,건강가정은 바로 아들·딸 낳아 기르는 정상가족이라는 것이다.그래서 건강가족이라는 발상은 건강하지 못한 가족(한부모가족·독신가구·동성가족 등)을 병든 가족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하지만,법 그 어디에서도 ‘정상가족’운운하며 특정한 형태의 가족을 명시한 바 없다.오히려 그러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특정 유형의 가정을 건강하지 못한 가족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을 뿐이다.또 법에서는 혼인과 출산을 의무로 규정하지 않는다.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자는 것일 뿐이다.그리고 이혼상담과 관련된 건강가정기본법의 취지는,이혼 예방을 위해 이혼전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이혼조정을 내실화함과 동시에,이혼할 가족에게 자녀양육·재산·정서 등의 문제에 도움을 주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오해하는 바와 같이 이혼상담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다.

아마도 법의 내용을 왜곡하는 이러한 오해는 건강가정기본법이 양성평등에 위배된다는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 같은데,사실 이 법은 민주적이고 양성 평등한 가족관계 증진 조항 등을 법 전반에 걸쳐 강조해 양성평등이 기본이념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그런데 이런 말이 다 무슨 소용 있으랴.근본적으로 우리 모두 양성 평등의 길로 가야 하는 이 때,불평등과 여성에 대한 착취와 억압으로 가득찬 ‘가족’ 또는 ‘가정’을 거론한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구시대적이며,그 글에서 지적하듯 19세기적으로 보이는 모양인데….

그러나 ‘건강가정’의 구현은 여성발전기본법의 기본이념 중 하나이며,여성부 제1차 기본계획의 성과와 심화발전 과제에서도 건강한 가정의 구현이 비중있게 다루어져,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왜 그토록 건강가정을 폄하했는가를 이해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나는 이 사회가 느리지만 평등에 익숙해지는 데,양성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의 기여가 크다고 믿는다.그리고 건강가정기본법에서 양성평등이 중요한 이념인 한 나는 그들과 함께 갈 수 있다고 또한 믿는다.그러나 가정은 양성평등이라는 관점 하나만으로 접근하기에는 다른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다.가족·가정은 남녀관계뿐 아니라 일상적인 의식주생활과 자원관리,세대 간 관계,부모됨,여가,공동체 생활문화,교육,양육,경제,소비,개인-가족-사회로 이어지는 생활의 경험,시민의식,일과의 조화 등 복합적인 내용을 담은 연속적 생활세계이며 문화이다.그래서 평등과 민주성,평화,복지,안정,삶의 질,균형,자율성과 같은 이념의 조화 속에 ‘건강성’을 이해해야 건강가정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다.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법이 지향하는 바,양성평등,세대간 존중,생활의 균형,사회적 지향성을 조화시키는 건강한 가정을 위해 함께 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송혜림 울산대 가정복지 교수˝
2004-05-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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