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난초 죽다/김경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난초 죽다/김경홍 논설위원

입력 2004-04-28 00:00
수정 200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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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가 죽었다.사무실에 가져다 놓고 1년 가까이 목 마르지나 않을까,휴가 때도 노심초사했던 난초가 죽었다.처음,6촉이나 되던 잎새가 다섯에서 넷으로,넷에서 둘로 줄어들 때까지는 환경이 달라서 그러려니 했다.그러다 어느날 새싹이 두 곳에서 돋아났다.원래 무성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명인데,정성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 싹을 틔운 생명까지 한꺼번에 노랗게 작별을 고했다.화초에 정성을 기울인다던 동료들의 칭찬이 무색하고 부끄럽다.결단코 내가 화초가 죽기를 바란 적은 없다.남 보기에도 부끄럽고 황당하다.기껏해야 식물인 주제에 제 마음대로 죽다니.난초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애정을 가졌었더라면….난초가 괘씸하다.

나는 화초 기르기 전문가가 아니다.다만 그 때,그 이름도 없는 난초가 내게로 왔기 때문에 죽지 않고 잘 살아서 꽃피우기를 바랐다.하지만 난초는 죽었다.화분을 버리면서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과 괘씸하다는 생각이 엇갈린다.

김경홍 논설위원˝

2004-04-2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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