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데스토의 공간/심재억 생활레저부 차장

[길섶에서] 데스토의 공간/심재억 생활레저부 차장

입력 2004-04-14 00:00
수정 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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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프랑스의 외과 의사 피에르 바베는 무연고 시신을 십자가에 매다는 실험을 했다.예수의 주검을 덮었다는 성의(聖衣) ‘토리노의 수의’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실험에서는 못박힌 손바닥이 체중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꾸 찢어져 나갔다.바베는 이런 실험을 무려 열세 번이나 반복한 끝에 ‘데스토(Destot)의 공간’이라는 답을 찾아냈다.

못질한 손바닥은 80㎏으로 가정한 예수의 체중을 감당하지 못했지만,손목뼈 끝부분의 땅콩만 한 곳 ‘데스토의 공간’에 박힌 못은 거뜬히 주검을 지탱해 냈다.그는 “살을 파고 드는 못에 마치 신의 섭리가 개입한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예수는 “이로써 모든 것이 새로워지리라.”며 맨살에 쇠못을 받는다.화제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는 그렇게 죽어갔다.바베의 연구가 기독(基督)이라는 한 성인의 수난을 이해하는데 별 의미가 있을까만,중요한 것은 십자가형의 형리(刑吏)가 ‘데스토의 공간’을 짚어 못을 박듯 지상에는 아직도 전율할 가학(苛虐)과 피학(被虐)이 이어지고 있다.그날 이후에도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은가 보다.

심재억 생활레저부 차장˝

2004-04-14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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