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불량한 信不者대책 발표/주병철 경제부 차장

[오늘의 눈] 불량한 信不者대책 발표/주병철 경제부 차장

입력 2004-03-11 00:00
수정 200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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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미묘한 상황에서는 별 것 아닌 일도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다.

재정경제부가 10일 신용불량자 대책과 관련해 갑작스레 가진 브리핑은 이 말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헌재 경제 부총리는 “하루 이틀에 될 일도 아닌 신용불량자 문제를 하루 아침에 무리하게 추진해서도 안되고,추진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라면서 “일단 골격을 짠 만큼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란 비난을 염두에 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었다.이 부총리 브리핑에 이어 주무국장인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이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내용을 보면 정부가 신용불량자 대책의 주체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김 국장은 “처음에는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발표하지 않으려 했다.금융기관이 발표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엉뚱한 얘기부터 했다.“그런데 기자들의 요청이 있어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부총리 브리핑에 이어 구체적인 내용을 들으려던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배드뱅크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엔 “금융기관이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흥행에 관심이 없다.”는 황당한 답변까지 내놓았다.사안마다 “금융기관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금융기관으로 떠넘겼다.금융기관이 해야 할 발표를 정부가 ‘대행 서비스’해주는 듯이 얘기했다.

물론 김 국장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자칫 ‘선심성 정책’‘관치금융’이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미 한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해도 될 얘기는 하지 않고,브리핑은 하면서 ‘정책효과’엔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는 저의는 도대체 뭔가.

정책에 자신이 없다면 아예 발표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아니면 브리핑룸에 붙어 있는 ‘정부’마크를 떼고 얘기하든가…

주병철 경제부 차장˝
2004-03-11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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