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보리섬’/심재억 생활레저부 차장

[길섶에서]‘보리섬’/심재억 생활레저부 차장

입력 2004-02-23 00:00
수정 2004-02-2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산밭에서 보리를 베시던 할머니가 휘휘 머릿수건을 벗어 저으며 멀찌감치 일꾼들을 물립니다.“오늘은 그만 하자.”시며 멍석 서너 장만큼 남은 보리밭 뙈기를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립니다.밭머리에서 주섬주섬 새참 그릇을 챙기던 할머니는 “왜 보리를 베다 마느냐.”며 눈만 말똥거리는 코흘리개 손자에게 이르십니다.“꿩이란 눔이 보리밭 가운데에다 새낄 쳐놨어.네댓새 후면 새끼가 자라 둥질 비울 게야.남지기는 그 때 거둬야 쓰겄다.”

할머니 소맷자락을 잡고 구불구불 밭둑을 따라 걷던 그 즈음이 다시 생각납니다.돌아보면 어질어질 더운 김 오르는 산밭에 그 ‘보리섬’만 뎅그렇게 남아 있었고,화들짝 놀란 꿩은 가슴 쓸어내리듯 성긴 울음을 울고 있었습니다.이렇듯 우리는 나보다 나 아닌 것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삶을 살았습니다.

새삼,사전에도 없는 옛날의 ‘보리섬’을 말하는 까닭은,죽이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눈에 쌍심지 돋우고 허구한 날 대거리를 일삼는 세상과,그런 세상을 이끄는 요즘 정치인들,한번쯤 이런 상생의 내림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섭니다.

심재억 생활레저부 차장 jeshim@˝

2004-02-23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이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