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밴댕이 기질/양승현 논설위원

[길섶에서] 밴댕이 기질/양승현 논설위원

입력 2004-02-12 00:00
수정 200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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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灣)의 모랫바닥에 많이 서식하는 밴댕이는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는다.그만큼 성질이 급하다.그 밴댕이의 소갈딱지이니 얼마나 작고 쉽게 토라지겠는가.그래서 편협하고 잘 삐치는 사람들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딱지,또는 소갈머리라고 한다.

가까운 친구나 후배들과 술좌석 같은 데서 얘기를 하다 내 딴에는 답답해서 열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러면 어김없이 ‘혈죽(血竹·핏대)’이라고 놀려대고,그때마다 “나,밴댕이 소갈머리인 거 알지.”라며 놀림이 더 번지는 것을 막곤 한다.자주 써먹다 보니 요즈음은 아예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쓰다 보면 참 편리하다.스스로 속좁은 사람으로 광고를 해대니 웃을 뿐,시비를 거는 사람이 별로 없다.‘진실 토로’의 효험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그런데 매일 신문에 비치는 세상살이는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남의 목숨을 쉽게 앗아가고,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행동하는 ‘밴댕이 과(科)’들이 적지 않아 여간 각박해 보이지 않는다.이제 밴댕이 속도 사표를 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양승현 논설위원˝

2004-02-12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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