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유동성 확보’ 약속 안 지켰다

태영그룹 ‘유동성 확보’ 약속 안 지켰다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24-01-02 00:43
수정 2024-01-0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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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 400여곳을 추려 소집 통보를 보냈다.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워크아웃 여파로 금융권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한도를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1일 산업은행이 최근 태영건설 금융채권단에 보낸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 총 1조 3007억원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회사채, 담보대출, 기업어음, PF 대출 등이 포함됐다. 직접차입금 외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으로 대출 보증 규모는 9조 1816억원으로 집계된다. 이 중 서울 마곡지구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CP4사업(차주 58곳, 대출 보증규모 1조 5923억원)의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대출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다 합친 채권단 규모는 400곳이 넘는다. 정확한 채권단 규모와 채권액 등은 오는 11일 협의회에서 확정될 전망이지만 규모가 다소 줄더라도 사업장 대출에 지방상호금융조합, 저축은행 등까지 워낙 많은 금융사가 끼어 있어 의결권 배분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워크아웃에서는 많아야 20~30개사 정도인데, PF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의 특성상 채권단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채권단을 확정하고 의결권을 배분하는 작업 자체가 평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건설사 워크아웃은 옛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이후 10여년 만인데 그사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개정되면서 워크아웃 요건을 충족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적용 대상이 기존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 채권자’로 확대되면서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태영건설 채권을 보유한 일반기업·투자자 등도 워크아웃 시작 투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문제를 비롯해 올해 경제금융 정책 현안들을 점검했다. 태영건설에 관해선 지난달 28일 발표한 각종 대책 외에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채안펀드 최대 운용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의 여파로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될 경우 2금융권의 건전성 하락 우려 및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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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영그룹은 계열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의 유동성 확보에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계열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빌려주기로 하고 날짜까지 특정해 공시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영건설이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태영건설 협력사가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당초 약속대로 정상 상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24-01-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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