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韓·美 금리 역전 땐 1400兆 가계빚 ‘살얼음판’

12월 韓·美 금리 역전 땐 1400兆 가계빚 ‘살얼음판’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7-09-21 22:46
수정 2017-09-2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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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기 시대’ 끝… 국내 영향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돈 풀기’, 즉 양적완화가 끝나 ‘양적긴축’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조만간 미국의 긴축 행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글로벌 돈줄 죄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북한 리스크와 1400조원의 가계부채 등에 발목 잡힌 한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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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세계적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맞서 꺼내 든 카드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불리는 대규모 자산매입이었다. 연준은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추는 ‘제로금리’를 단행했다.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이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며 시중에 돈을 푸는 추가 부양책을 단행했다. 연준이 2009년부터 세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은 3조 6000억 달러(약 4000조원)에 달한다.

연준은 2014년 양적완화를 중단했지만, 만기가 도래한 채권은 다시 사들이며 유동성을 풍부하게 유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준 보유자산은 4조 5000억 달러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매달 국채 60억 달러와 주택담보부채권(MBS) 40억 달러 등 총 100억 달러(약 11조원) 한도 내에서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자산을 축소한다. 월별 매각 한도는 분기마다 상향 조정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가속화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이다. 국채는 최대 300억 달러, MBS는 200억 달러까지 한도가 늘어난다.
연준은 또 오는 12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0.25% 포인트)을 예고해 긴축 고삐를 더 조였다.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종료되기 전까지 시장은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만 선언하고 금리 인상은 미룰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러 연준이 금리 인상 전제조건으로 삼는 2%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그러나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며 “경기의 지속적인 강세가 (금리의) 점진적 인상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미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의 기준금리는 1.0~1.25%로 상단이 한국(1.25%)과 같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외국인 투자자 자본유출 가능성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뇌관을 안고 있는 한국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보유자산 매각에 따른 긴축 효과를 보기 위해선 기준금리도 함께 올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곧바로 외국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진 않겠지만, 가계부채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과 영국 등도 미국의 긴축에 동참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양적완화를 진행 중인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매달 600억 유로(약 80조원)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데, 내년 1월부터 400억∼450억 유로로 축소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JP모건은 “ECB가 다음달 2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구체적인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의 보유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조 4000억 달러로 연준보다 많다.

영국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BOE는 지난 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경제성장세가 지속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한다면 수개월 내에 기준금리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25%로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스금리와 양적완화 조치를 동시에 취한 일본은행(BOJ)은 공식적인 긴축 신호를 내지 않고 있다. 대신 슬그머니 자산매입을 축소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간 80조엔(약 80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를 약속했던 BOJ의 국채 매입이 최근 급격히 줄어들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옐런 의장이 선제적으로 시그널을 내며 시장의 충격을 완화시키고 있지만, 미국 부동산 버블이 심화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이러면 한은은 국내 경기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어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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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7-09-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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