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요건 완화 충돌… 또 합의 불발

해고요건 완화 충돌… 또 합의 불발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5-04-02 00:14
업데이트 2015-04-0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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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협상 진통… 2일 회의 재개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논의 중인 노사정이 당초 약속한 3월 내 합의를 지키지 못한 채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일 오후 노사정 4자 대표자 회의를 재개해 밤 늦게까지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해 2일에도 대표자 회의를 이어 갈 예정이다. ‘정규직 과보호론에 기반한 해고 요건 완화’에 대한 노사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어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즉 일반해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며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 등 고용 유연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규직 과보호론은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 정규직이 과보호받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면서 이번 노사정위 협상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경영계는 해고가 어려운 경직적인 고용 구조의 ‘유노조·대기업·정규직’과 그렇지 않은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이중 구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자는 입장이다. 노동자의 전환 배치나 퇴출 등을 통해 고용 유연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과 노사정이 논의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개편 등과도 연관돼 있다. 정부와 경영계는 기업의 조직, 직무 체계, 임금 체계를 재편해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해고 기준이 완화되면 고용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제시한 5대 수용 불가 사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노총은 이날 특위의 논의 기간 연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과는 무관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5대 수용 불가 사항을 주장했다”며 “특히 노동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쉽게 하는 것은 1800만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후퇴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사용자들이 성과 부진 등을 빌미로 해고 요건을 내세우며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하를 강요하거나 고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 해고→비정규직 양산’으로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더 심각해지고, 노동시장이 하향평준화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노사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허용 업종 확대, 근로시간 단축의 세부 사안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미 대법원 판단이 내려진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제외 물품 및 범위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사정위에 참석하지 않고 장외 투쟁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을 노린 노동시장 개악 음모는 실패했다”며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이번 주 중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노동계 내부의 반발과 낮은 수준의 합의, 추후 법 개정 작업 등 변수가 많아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5-04-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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